[데스크시각]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라더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년 전 미국에 있을 때다.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세계 1위에 올라선 뒤 줄곧 3위권을 지키고 있다.
행안부의 이 장관 해외 방문 보도자료 제목이 '대한민국, 전 세계 디지털정부와 공공행정 선도한다'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민관이 참여해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성과를 보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데 이번 사태로 의미가 크게 퇴색하게 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년 전 미국에 있을 때다. 미국 생활을 위해선 꼭 차가 필요하기에 운전면허증 발급이 시급했다. 그런데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한 후 운전면허증을 받기까지 무려 2주나 걸렸다. 인터넷·은행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SSN(신분증명번호)을 발급받을 때는 더했다. 온라인으로 시간 예약을 한 뒤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로 가 하염없이 기다려 승인을 얻었지만 2주 후 집에 배달됐다. 주변에선 이것도 미국에선 빠른 것이라고 적응하라고 했다. 비자 갱신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위로 아닌 위로도 받았다.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을 할 때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이같이 빠른 우리의 인터넷과 대민 서비스다. 유튜브에선 많은 외국인이 놀라운 한국의 빠른 서비스에 감탄하는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곧 있을 연말정산은 어떤가. 이전엔 각종 서류를 찾고 이를 첨부한다고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거의 모든 자료를 뽑을 수 있다. 그냥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클릭만 하면 자료 출력·첨부 없이 연말정산의 모든 게 끝난다.
그만큼 한국은 정보통신(IT) 강국이자 최고의 전자정부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 속도는 2010년 1위를 기록한 후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고,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의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국가다. 2002년 출범한 전자정부(정부24·gov.kr)를 통해 국민은 주민센터에 갈 필요가 없이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증명서, 확정일자 받기 등은 온라인 처리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세계 1위에 올라선 뒤 줄곧 3위권을 지키고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에 먹칠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업무 및 정부24를 통한 민원 서비스가 중단돼 사흘 만에 복구된 것이다. 그 기간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민원서류 발급이 안 돼 많은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은 정부로부터 그 흔한 안내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결국 해외 방문 중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급거 귀국했다. 행안부의 이 장관 해외 방문 보도자료 제목이 ‘대한민국, 전 세계 디지털정부와 공공행정 선도한다’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행안부와 대통령실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23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를 연다고 한다. 민관이 참여해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성과를 보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데 이번 사태로 의미가 크게 퇴색하게 됐다.
행정전산망이 복구됐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행안부는 아직도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가져온 L4 스위치 오작동의 원인을 못 밝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L4 스위치 장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수십대가 사용되고 있어 자칫 또다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L4 스위치에 대해 “다른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장비”라며 다른 장비에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미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을 알지도 못한 채 다른 곳은 그대로 놔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재발을 막겠다며 백업 시스템 마련을 골자로 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고, 업체는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원인도 못 찾았고, 대책도 없다.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개월 여아 양쪽 눈에 ‘시퍼런 멍’…“부모·동거인 모두 접근금지”
- [단독]이선균·GD 이어 용산 피의자도 ‘음성’…수사기관, 다음수는?
- ‘황의조 사생활 유출·협박’ 구속된 친형수 검찰 송치
- 40대女 납치 성폭행 중3… “꾸중에 눈물 흘리는 아이”
- 엉덩이 닦은 물티슈로 정수기 관리…본사도 ‘황당’ 대응
- 레이저 쏘고 애국가 때 야유… 中 관중 ‘노매너’ 눈살
- 김병만, 결혼 12년 만에 이혼···“원만한 관계 유지”
- ‘그 입이 문제’…민주, 최강욱 6개월 당원 활동 차단
- 지드래곤 “마약 절대 안돼…수사 결과 신속히 발표를”
- 괴한 폭행 말리다 칼맞고 50바늘…“피해자 무사해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