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정상, 다우닝가 합의 "북 핵·미사일 규탄"…2+2회담 신설

권호, 황수빈, 김은지 2023. 11. 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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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빈 방문 사흘째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했다. 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한ㆍ영 정상회담이 이뤄진 총리 관저의 별칭(10 Downing Street)에서 이름은 딴 이번 합의는 ▶국방ㆍ안보 ▶과학기술ㆍ무역투자 ▶지속가능한 미래 등 3대 협력 분야에 걸쳐 45개의 과제를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이 그야말로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협력이라든지 또는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


양 정상은 먼저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한 상황에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규탄한다”며 “북한은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교류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모든 형태의 무기 이전 및 관련 군사협력에 반대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을 규탄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 일체를 강력히 반대하며, 하마스가 자행한 끔찍한 테러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 이슈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양국은 양자 간 안보 협력과 관련해 외교ㆍ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회담’을 신설한다. 한국이 2+2 장관급 회의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ㆍ호주에 이어 세 번째다.

양국은 특히,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한ㆍ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별도 문서를 채택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들과의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5개국이 참여하는 정보기관 공동체로, 특정 정보를 배타적으로 공유한다.

양국은 이 문서에서 ”자금창출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 및 다른 불법적 사이버 작전에 합동 대응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해킹이 북한의 주요 자금줄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양국은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해양 공동 순찰도 시행한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우닝가 합의가 초점을 둔 또 다른 분야는 과학기술이다. 영국은 13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양국은 디지털 파트너십과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협력 MOU(양해각서) 등을 체결하고 양자(quantum)ㆍ인공지능(AI)ㆍ합성생물학ㆍ뇌과학 등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양자와 AI 기술 협력 강화의 이면에는 군사 전략적 측면이 담겨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이를 군사 기술로 변용하면 적 미사일의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양국은 내년부터 한ㆍ영 워킹 할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올리고, 인원도 기존 1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키로 하는 등 양국 간 인력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 최고과학자 미래 포럼, 문화 예술인 격려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비즈니스포럼에서 윤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아스트라제네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롤스로이스, 삼성전자-보다폰 등 한ㆍ영 기업 간의 협력 사례를 열거하며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원전, 수소, 해상풍력 등 무탄소에너지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며 “원전 전 주기에 걸쳐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된다”고 말했다.

최고 과학자 미래 포럼에선 “연간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R&D(연구개발) 재정을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원천기술 등에 중점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영국왕립학회 같은 세계 최우수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협력과 교류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런던=권호 기자 kow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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