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형! 사람이 논리로 설득이 돼?
이달 초쯤이었다. 카페에 앉아 책을 보던 중 문득 BGM으로 크리스마스캐럴이 들려 왔다. ‘11월 초인데 벌써 캐럴이 나오나’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마침 며칠 전 읽었던 한 대형 백화점 성탄 장식 소개 뉴스가 떠오르며, 크리스마스 시즌이 앞당겨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를 크리스마스 특수로 해결하려는 장사꾼들의 몸부림으로 해석되며 뭔가 짠하기도 하면서, 목사인 내게는 불편한 현실로 느껴졌다. 예수님 없는 예수님의 생일이라니 말이다. 이어서 매년 요맘때 떠오르는 질문이 생각났다. ‘크리스마스를 다시 예수님께 되돌려 드리려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달 초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 JYP의 수장 박진영씨와 그와 함께하다 독립해 BTS를 키워낸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씨가 동반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박씨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소개한 방씨의 발언이 있다. “형! 사람이 논리로 설득이 돼?” 그는 확실하고 옳은 논거로 설득한다면 설득이 된다고 믿어왔는데, 20여년 지난 지금 이제는 그 말을 인정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방씨가 자신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언급했다. 누군가 무엇이 옳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그 사람한테만 옳은 이야기일 뿐이고 각자의 세계에서만 옳은 이야기이기에,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어왔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이다.
논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내 생각과 믿음을 건축하기 위한 것이지, 타인에게 내 생각을 전이시키기 위한 무기가 될 수는 없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각자는 자신의 언어를 갖고 있고 그 언어들은 늘 동음이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분명 서로 다른 집이다. 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논리로 사람을 설득한다면 설득된 것처럼 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로 인해 실제 변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믿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람이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다’는 문장 역시 타당하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설득될까.
이렇게 묻는 것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변화되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부정적 기제로는 ‘절망’이 있다. 그간의 논리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뼈저리게 자각했을 때 비로소 귀를 기울이며 설득되는 논리를 찾는다. 반면 긍정적 기제로는 ‘사랑’이 있다.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지탱하는 근원적 논리이다. 그리고 각자가 주장하는 자신의 옳음이란, 사실 사랑받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를 제각각의 언어로 표출한 것뿐이다. 그런데 형해화(形骸化)되었던 사랑이 다시 제대로 작용할 때 사람은 설득되고 변화한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상식이자 이게 기독교의 논리이다. 하지만 다시 묻겠다. 사람이 논리로 설득이 되는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도외시한다고 주장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또한 그런 불편함 역시 형해화일 뿐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당시 마구간에 모였던 그 사람들의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정말 성대한 축하를 원하셨다면 그런 누추한 곳으로 오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분이 누추한 곳으로 오신 이유, 생애 동안 계속 누추한 곳으로 찾아다니셨던 이유에 주목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리고 우리 역시 누추한 곳을 찾아가서 예수께서 보이신 그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게 더 나아 보인다. 만약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렇게만 한다면, 교회에서 준비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어떤 미사여구나 논리에 반응하지 않던 이들조차 ‘예수’를 떠올릴 것이다. 사람은 사랑에 반드시 반응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논리가 박살 나는 절망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랑’의 기억을 더듬으며 예수를 찾아 나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족이지만 만약 지금까지의 내 논조에 동의할 수 없다면 여전히 당신이 옳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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