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의 퍼스펙티브] 개개인이 행복해야 인구도 늘어…자원 분배가 키워드
대한민국 최중심 문제, 인구 ③
이번에는 존 스튜어트 밀과 미셸 푸코의 주장을 살펴보려 한다. 그에 앞서, 유물론의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 역시 인구문제에 대해 깊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그는 맬서스 이론을 표절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며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낸 것은 한 구절도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과잉인구론 비판을 포함해 인구문제는 그의 『자본론』의 한 중심 논지이나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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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는 사회 전체 응축한 지표
결국 인간의 가치 문제로 연결
각기 다른 욕망을 좇는 개인들
이 욕망의 총합이 인구로 표출
과거보다 형편 나아진 현대인
행복·복지 문제서 해법 찾아야
」
여성의 지위와 가난한 사람들
현대 자유주의 사상을 정초한 밀의 의견은 주목할만하다. “노동의 증가는 인구의 증가”라고 본 그는 맬서스의 주장으로부터 유발된 논의를 통해 인구문제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맬서스처럼 인구억제에 초점이 놓인 것이다. 따라서 세심하고 신중한 자제력을 포함한 인구억제의 동기가 중요하다. 그를 위해 교육, 여성의 지위 변화,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 개선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유기체의 생명에 내재하는 번식력은 무한하다. 어떤 종도 먹을 것만 있다면 그것이 살아갈 수 있는 기후를 가진 모든 지역을 완전히 차지하게 될 것이다. 번식력은 어떤 경우에도 기하급수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종의 번식력도 무한하여 번식력이 최대로 발휘된다면 실제 인구증가는 엄청난 속도가 될 것이다. 인간종에 내재하는 번식력 자체가 매우 빠르다는 것은 당연한 공리에 가깝다. 인류 일반에게 번식의 자제를 상쇄하는 동기는 두 가지, 즉 불행한 결과의 예방과 기아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은 비참한 상태 또는 자라기도 전에 죽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빤한 경우에는 사려나 사회적 정서에 따라서 출산율을 억제할 줄 안다.
그러면서 밀은 사회의 필요에 인간종의 번식력이 부응함으로써 사정이 달라지면 인구증가의 법칙도 달라진다는 주장을 하루살이 이론이라고 비판하며, 토마스 더블데이와 헨리 캐리의 주장을 예거한다.
문명 발전과 인구의 상관성
더블데이에 따르면, 영양이 부족한 인구는 급속히 번식하지만 안락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든 다른 부류들은 생리적 법칙에 의해 번식력이 떨어져서 더 가난한 부류로부터 충원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구를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익의 조화’를 주장한 정치경제학자 캐리는, 한 생체가 받아들인 영양의 총량은 생체의 부분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에 가장 많은 비율을 할당해서 보낸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번식력은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두뇌가 점점 더 많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감퇴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밀의 현실 진단은 자신이 비판한 쪽과 같다. 즉 교육과 문명과 사회의 발전에서 인간이 이룩하는 진보는 출산의 기준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그 기준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올라가는 데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영국에서 생계수단과 고용은 지난 40년 동안 과거 어느 때보다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1821년 이후 모든 센서스는 이전에 나타난 것보다 인구증가율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난다. 프랑스의 경우 5년마다 시행하는 센서스를 보면 전체 인구에 대한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는 반면에 농업과 산업의 생산물은 날로 높아지는 증가율로 증가하고 있다.
인간가치의 척도는 행복
결국 밀의 관찰에 따르더라도 인구문제에 관한 한 더블데이와 캐리가 옳았다는 얘기가 된다. 즉 문명의 발전과 개인의 출산과 사회의 인구변동은 밀접히 연결되어있다. 인간가치, 특히 행복을 척도로 삼은 그의 언명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하다.
즉, “다른 것이 거의 같은 조건에서는 우월한 존재가 열등한 존재보다 더 행복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행복과 만족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개념을 혼동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치가 낮은 존재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기회를 훨씬 많이 갖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을 높게 부여받은 존재는 자신이 찾는 행복이 어떠하든 늘 불완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견딜만한 가치가 있기에, 그는 그 불완전함을 견디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불완전함은 그것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를 부러워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만족한 돼지’가 되기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것이 낫다.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 만약 바보나 돼지가 다른 의견을 갖는다면 그것은 문제에 대한 자기 쪽의 입장만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이나 소크라테스는 양쪽을 견주어 둘을 다 안다.”
인구는 경제·국력 등의 근본 요소
현대 최고의 철학자의 한 사람인 미셸 푸코는 인구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인구는 경제, 생산, 노동력, 국가 역학관계, 국부, 국력과 같은 다른 모든 요소의 조건이 되는 근본 요소이다. 인구문제는 지식 계열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앙으로서의 식량부족과 대규모 기아현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볼 때 맬서스와 마르크스의 인구문제를 둘러싼 유명한 대립-생물·경제학적 형식과 계급·계급투쟁의 형식 사이의 대립, 즉 인구냐 계급이냐의 문제-은 인구문제가 근본적인 중심문제임을 증명한다.
푸코가 보기에 인구는 권력의 상관물이자 대상이며 구성물이다. 인구를 통해 보는 인간은 생명 존재, 노동하는 개인, 말하는 주체이다. 그럴 때 인간은 인구의 한 형상에 불과하다. 요컨대 인구가 권력기술·통치·정치 영역의 상관물로 구성됐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면 인구문제와 인간문제를 포함해 전체를 볼 수 없다. 푸코는 통치의 차원에서 접근되는 인구문제와 개인문제의 단절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인구는 관리의 목표로서 적합하나 개인은 적합하지 않다. 개인은 인구를 획득하기 위한 도구, 중개물, 조건일 뿐이다.
기후·법률·도덕 등 수많은 변수
그 인구는 소여가 아니며 많은 변수에 의존한다. 기후·물질·부·법률·양육·도덕·종교·식량의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인구를 국가와 제대로 관계를 맺게 하려면 인구 자체나 번식력 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요인을 작동시켜야 한다. 동떨어진 모든 요인의 상호 작용이 있어야 인구문제에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구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나 인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포착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 인구는 서로 완전히 다른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인구를 하나의 전체로 본다면 인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욕망이다. 모든 개인은 욕망을 통해 행동한다. 이 개별 욕망이 전체적으로 인구의 일반 이익을 생산한다. 욕망은 개인의 이익 추구이다. 요컨대 자발적 욕망의 추구와 인구의 일반 이익의 연결을 말한다. 그가 볼 때 인구란 여러 요소로 이루어진 집합, 즉 상수와 규칙성, 욕망의 보편성, 수정 가능한 변수를 모두 포함하는 집합이기 때문에 존재 전체를 포괄한다. 결국 현실의 영역 전체이다. 푸코가 보기에 인구는 인류이며 인종이고, 공중이며 인간이다.
확장하자면 인구는 인간이자 시민이다. 완전 거꾸로인 것이다. 인간이지 않으면 인구일 수 없다. 시민이지 않으면 인구일 수 없다. 개인이지 않으면 인구일 수 없다. 요컨대 인간·국민·개인으로서 요건과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인구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욕망 충족이 인구문제 출발점
인구학의 개척자는 물론 최고의 생물학자, 최고의 경제학자, 최고의 민주공화 사상가, 최고의 유물론자, 최고의 자유주의 사상가, 최고의 현대 철학자 모두 인구문제에 대해 놀랍도록 깊은 견해를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인구문제는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개인문제·인간문제와 사회문제·국가문제의 중앙과 중심에 인구문제가 존재한다. 양쪽의 공통 지표이자 공통 출구가 인구문제다. 인구문제는 이 모든 문제의 응축이자 표출인 것이다.
우리 공동체를 절멸로 이끄는 인구문제는 행복과 욕망(충족)의 문제인 동시에 권력과 자원 분배의 문제이며, 따라서 인간·개인·시민의 문제이자 공동체·사회·국가의 문제이며 그 중앙이자 중심이다. 특히 경제발전 이후에는 물질과 생물학적 만족을 넘어 인간적 가치와 복지의 실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성공 사례를 잘 살펴보자.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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