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법과 삶] 의대 정원 확대도 중요하지만…

2023. 11. 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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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의과대학 증원 논쟁이 한창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제외할 경우 1000명당 인구 대비 의사 수는 2.0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비해 57.1%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 국민은 OECD에 비하여 외래진료 횟수가 2.5배, 평균 재원일수가 2.3배 등 의료 이용률이 매우 높아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면허의사 수는 OECD 평균의 23.3~25.3%로 더 떨어진다.

건강보험급여가 확대되면서 전체 의료이용률이 더 높아지고, 또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체 진료비 중 43% 이상을 차지하는 노인진료비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메르스·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추세여서 국가적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여야 할 의사가 더 필요하다.

「 지역·직역간 불균형 해결 시급
공공의대 늘려 소외지역 배치
폐쇄적인 의료정책 개선 필요
의철학·의공학 등 함께 키워야

의사 수 부족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부족으로 마취환자 1명에 집중하여야 함에도 여러 군데의 수술실을 돌아다니가 심정지 된 것을 뒤늦게 발견해 사망케 하거나, 영상의학과 의사 부족으로 실시간 판독해야 할 CT/MRI영상을 골든타임이 지난 후 사후약방문격으로 판독되어 응급처치 기회를 놓치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가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나 구체적인 증원 규모나 방법론에는 동상이몽이다. 이제 경직되고 폐쇄적인 의료에 대한 ‘경찰금지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실패 드러낸 ‘의대 광풍’. [일러스트=김지윤]

우선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에 관한 논의만 하고, 의학에 대한 논의는 외면하였다. 의학의 외연이 확장되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 의학은 임상의료 이외에 의철학, 의사학, 의공학, 의료IT, 제약, 의료행정, 의료경제, 의료경영, 의료법학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는 종합학문이고, 미래신성장동력산업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임상의료에 종사할 의사 수에만 매달려 있다. 자동차, 전자, 중화학 산업이 양질의 공학자들을 대량 집중양성 해서 세계적 산업으로 성장하였듯이 의학도 충분한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여야 학문으로나 산업으로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둘째, 지역·전문과의 불균형 논의만 하고, 직역 간 불균형 논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역, 전문과, 직역 간의 불균형은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해결하기 어렵다. 의사 수를 늘려도 경제적 측면에서 진료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이나 전문과를 선택하지 않는다.

더욱이 민간 의대를 나온 의사에게 진료환경이 열악한 지방공사 의료원, 보건지소, 군대, 법무부 교정시설, 보훈병원, 산재의료원, 초중고 보건교사, 해외의료파견 등 특정 직역에 근무하게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의사양성제도를 민간 의대와 공공 의대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국방부, 법무부, 국가보훈처, 고용노동부 등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공공 의대를 설립하여 전문과별로 공공의사를 양성한 후 특정 지역과 직역에 배치하여야 한다.

장기 법무관 지원자가 없을 때 국방부는 군법무관제도를 도입해서 군사재판을 시킨 예가 있다. 2만~3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할 의사 수를 고려하여 각 부처는 양출제입방식으로 공공 의대 정원을 결정하여 기관별로 양성, 배치하면 된다. 사법시험 정원을 판검사 임용수를 기준으로 정한 것과 같다. 사립병원, 개업의와 같은 민간의료분야는 교육부 장관이 시장수요에 따라 양입제출 방식으로 민간 의대 정원을 조절하여 뽑으면 된다.

셋째,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접근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의료에 대한 경찰금지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의료행위는 원시시대부터 있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적 행위이다. 근대에 들어 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일반인의 의료행위를 경찰금지시키고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무면허의료행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경찰금지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운용되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국민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노출된 지 오래되었으나 국가는 의사 증원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공공 의대를 수료한 의사들이 특정 지역과 직역에서 의무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의료 불균형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경찰허가 확대가 미루어질수록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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