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윌리엄슨의 마켓 나우] 인플레 진정되자 경기침체 위험 고개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최근 멈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월 50.5에서 10월 50.0으로 하락했다. PMI는 다양한 산업 부문의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PMI의 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회사의 기업 활동, 즉 신규주문·생산·재고·가격·고용 등을 수치화하기 때문이다. 50.0은 세계 경기 회복이 2월에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0개 경제권에서 2만7000개 이상의 기업이 당면한 비즈니스 상황을 추적하는 PMI에서 50.0은 성장과 위축 사이의 중립 지점이다.

마켓 나우 [일러스트=김지윤]

서비스와 제조업 모두 정체됐다. 올해 초부터 한동안 관찰된 서비스 부문 회복세는 이내 희미해졌는데, 최근 PMI에서 더욱 그랬다. 제조업은 아예 회복세가 있었던 적이 없다. 더 깊이 보면, 10월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비자 서비스 및 금융 서비스에서 거듭된 급격한 수요 감소였다. 이 두 분야 모두 올해 초에는 수요가 강세였지만, 금리 상승과 계속된 생활비 압박으로 인해 확장세가 현재 위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점점 어두운 경제전망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유럽에서 수요 감소가 심각하다. 비즈니스 활동은 유로존에서 5개월 연속, 영국에서는 3개월 연속으로 위축됐다. 일본경제의 강력한 상승세도 둔화해 올해 가장 낮은 생산 증가를 기록했다. 탈(脫)팬데믹 개막과 함께 시작된 중국 경제의 내수 확장은 9개월 만에 중단되었는데, 이는 제조업 생산의 급격한 감소와 서비스 부문의 미미한 성장을 반영한다. 반면 인도는 다시 한번 세계 주요 경제 중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최근 몇 달 동안, 지난 15년 이래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인도마저도 상승세가 10월에 약간 둔화했다.

물가 상승 억제라는 관점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수요 감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가격 책정력(pricing power)이 더욱 약해졌고, 이는 임금 증가 둔화 징후와 함께 작용하여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인플레이션을 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가격 압력은 미국과 유로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냉각됐다. 이 때문에 통화 긴축 정책을 완화하려는 중앙은행들의 목표가 내년 초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관심은 물가 상승과 벌이는 이런 싸움이 글로벌 PMI를 50 미만으로 끌어내리는 등 글로벌 경기를 불황으로 몰아갈지 여부다. 앞으로 발표될 PMI 지수에서 그 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50을 초과하면 경기가 확장 국면, 반대로 50 미만이면 축소 국면이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