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제각각 생체 시계 맞추기
휴대폰·손목시계·건물·차량…. 요즘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시계가 있어 지금이 어느 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현대인은 자의건 타의건 시간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모든 시계가 정확해야 한다. 다행인 건 요즘 우리 주변의 시계들은 표준시간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차가 거의 없다.
우리 몸 안 세포들도 시계를 내장하고 있다. 약 24시간의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실은 별로 정확하지 않다. 세포들을 따로 떼어 놓으면 주기가 제각각이다. 20에서 30시간까지 차이가 크다. 그래도 중구난방인 세포들이 조직이나 기관을 형성하면,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동기화할 수 있다.
우리 몸 안엔 표준 시간을 담당하는 곳이 있다. 두뇌 아래 시신경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신경세포 2만여개로 이루어진 시교차 상핵이다. 몸 전체를 동기화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하며, 눈을 통해 들어온 낮과 밤 정보로 일주기 리듬을 정한다. 해외에서 경험하는 시차 적응은 달라진 낮과 밤의 정보에 우리 몸을 맞추는 과정이다.
인간뿐만이 아니다. 다른 동식물, 심지어 빛에 반응하는 박테리아까지도 소위 시계 유전자를 갖고 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운동이 생물 진화에 미친 영향이다. 실험실 쥐를 어둠 속에 있게 하면 자체 생체 시계로 어느 정도 리듬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해서 밝은 상태면 교란이 일어난다. 지나친 외부 신호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인간의 경우도 그렇다. 밤늦게까지 TV나 모니터를 보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생활 습관을 조금만 조절해도 정신·육체적으로 효과가 있다. 생체 시계는 정확하지 않지만, 상호 교신과 외부 자극으로 동기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다소 느슨하면서도 큰 흐름을 따라가는 생체 시계를 생각하면 여유와 절도가 조합된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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