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聞一以知十(문일이지십)
2023. 11. 23. 00:31
공자가 자공에게 “너와 안회 중 누가 더 낫느냐?”고 물었다. 자공은 “제가 어찌 안회를 넘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정도입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각각 작은 재주와 큰 재주를 일컫는 ‘문일지이(聞一知二)’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자공의 답을 들은 공자는 “암 그렇지. 나도 네가 안회만 못함을 인정한다”고 했다. 언뜻 듣기에 자공을 완전히 무시한 말로 들리지만 실은 큰 애정으로 격려한 말이다. 안회보다 14살 어린 자공도 공자로부터 “지나간 것을 말해주니 다가올 것까지 아는구나(告往知來, 학이편)”라는 칭찬을 들은 제자이다. 이런 자공이 스스로 안회만 못하다며 매우 겸손한 답을 하자, 공자는 대견하게 여기며 “그래, 내 눈에도 네가 아직 안회만 못한 것 같구나”라고 하면서 선배 모범생을 들어 후배 제자를 면려(勉勵)한 것이다.
공자가 만약 오늘날 한국의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자공의 부모로부터 ‘학생인격모독’이라며 고소당했을 것이다. 속 깊은 격려는 아예 헤아리지도 못한 채, 입에 붙은 칭찬만 원하는 학부모가 고작 하는 일이라곤 그런 고소뿐이다. 빈 칭찬에 헛춤을 추는 코끼리가 가엽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코미디언 김병만, 연상 아내와 12년만에 이혼…"수년간 별거" | 중앙일보
- 노래방 단골 남성이 숨졌다, 그런데 시신은 여성이었다 | 중앙일보
- 송중기 아내 '1000만원 문신템'…지옥줄 서는 네잎클로버 정체 | 중앙일보
- [단독]과기수석 유지상 물망…유퀴즈 나온 김인현, 해수장관 거론 | 중앙일보
- 아이가 갑자기 짜증 늘었다? 2주 넘으면 의심해야 할 병 [hello! Parents] | 중앙일보
- 황의조 "영상 속 여성은 기혼 방송인"…피해자 2차 가해 논란 | 중앙일보
- 꽈추형, 간호사들에 폭언·폭행 의혹…홍성우 "유명해지니 트러블" | 중앙일보
- 스키만 탄다고? 워터파크도 즐긴다…스키장 5곳은 시즌권 동맹 | 중앙일보
- 한동훈+이준석이 與필승카드? "이재명에 쌍포"vs"오히려 불화" | 중앙일보
- [단독]北도발 맞춤형 9·19 효력정지…160억 '해상사격 족쇄' 풀듯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