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국제구호기관이 나무에 주목하는 이유
지난 2010년,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나를 안내해주던 지역주민 청년은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2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빽빽했던 숲이 완전히 파괴된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순간 벌거숭이 언덕을 배경으로 서 있던 두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들은 왜 자신들의 어머니가 몇 시간을 걸어서 장작을 구해와야 하는지, 마을의 우물에는 왜 물이 없는지, 자신들은 왜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학교에 갈 수 없는지, 가뭄이 왜 더 흔해졌는지, 왜 정기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지, 아버지가 왜 자주 집을 비우며 먼 도시에서 일을 찾는지,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 무엇이 보장되는지, 아마도 추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호주월드비전에서 기후변화대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1981년부터 아프리카에서 농민 주도 토지·산림 복원사업을 도입하고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월드비전이 이러한 기후변화대응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림 벌채, 토지 황폐화, 그리고 기후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동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드비전이 제안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농민 주도 토지·산림 복원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장려하는 것이다. 40여 년간 아프리카 곳곳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며 황폐해졌던 산림을 복원시켰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적게 들고 즉시 실천이 가능하며 확산이 용이하다. 또한 연료용 목재, 건축용 목재, 자연에서 얻는 식량 등의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관목, 나무뿌리, 잠재적 종자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단순한 활동만으로 가능하다. 나무들은 극심한 기상 현상을 완충하며 지역사회가 기후 재난으로부터 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느린 진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심각한 가뭄, 홍수, 태풍, 산불은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의 행동으로 개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우리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정부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는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다시 한번 우리 모두의 과제인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실천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토니 리나우도 호주월드비전 기후변화대응 수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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