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활짝 여는 한화, 상위권 도약 몸부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스토브리그가 분주하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전력 보강을 위해 파격적인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하위권에서 벗어나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화는 지난 20일 FA 내야수 안치홍(33)과 최대 6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했다. 안치홍은 2009년 프로 데뷔 후 연평균 100경기 이상 출전해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800을 기록한 베테랑 내야수다. 올해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121경기에 나와 타율 0.292, 안타 124개, 홈런 8개, 63타점을 기록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안치홍이 타율·장타율·출루율 모두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준 점을 높이 샀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갖춘 선수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손 단장은 또 “안치홍은 ‘야구 지능’이 높은 선수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며 “리더십도 검증돼 우리 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괄목할 만한 변화다. 한화는 2020년 11월 마이너리그 육성 전문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면서 리빌딩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다. 모기업의 전력보강 의지도 소극적이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연속 외부 자유계약(FA) 선수를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에도 다시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자 ‘적극적인 투자’로 방침을 선회했다. 지난해 11월 LG 트윈스 출신 내야수 채은성과 6년 총액 90억원에 사인하면서 7년 만에 외부 FA 선수를 영입했다. 올해도 시장이 열리자마자 빠르게 안치홍을 낚아챘다. 계약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올해 외야수 전준우(롯데) 영입전에도 거액을 제시하며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주 육성에만 ‘올인’해서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새다.
한화는 팀이 최하위로 처져 있는 동안 리그 정상급 유망주를 여러 명 끌어모았다. 투수 문동주와 내야수 노시환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에이스와 4번 타자로 활약했고,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강속구 투수 김서현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올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중심타자로 활약한 내야수 문현빈, 내년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입단하는 왼손 투수 황준서 등도 한화의 미래를 밝힐 유망주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던 ‘수퍼 에이스’ 류현진까지 돌아오면 리그 정상권 전력을 꾸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는 앞서 새로운 외국인 타자 요나탄 페라자와 계약 상한액인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사인해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25세의 양손 타자 페라자는 빅리그 경험이 없고, 키 1m75㎝로 체격도 크지 않은 마이너리그 출신 유망주다. 그러나 한화는 “페라자는 작지만 탄탄한 체형에 빠른 배트스피드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라며 최대 금액을 베팅했다.
한화는 또 22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선 LG 투수 이상규, NC 다이노스 투수 배민서에 이어 SSG 랜더스 외야수 김강민까지 뽑았다. 1982년생인 김강민은 2001년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한 뒤 23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현역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하다 갑자기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70경기 타율 0.226, 홈런 2개, 7타점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강민은 외야 선수층을 강화하고 대수비와 대타로 뛰기에 충분한 기량을 가진 선수”라며 “젊은 외야수들과 함께 뛰면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SG에서 영구결번까지 바라보던 은퇴 직전의 베테랑 외야수를 영입한 한화의 행보는 여러 모로 파격적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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