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34% ‘뚝’, 테슬라에 무슨 일이…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전기차 시장
테슬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1월 들어 하루 5% 이상 주가가 급락하더니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0월에도 하루 4~5%대 급등락을 보인 데 이어, 11월에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테슬라를 바라보는 전문가 시선도 엇갈린다. 2024년 전기차 수요 부진과 경쟁 과열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완전자율주행(FSD) 기술과 사이버트럭이라는 신규 모델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수익 저하·오너 리스크 지적
테슬라 주가는 2023년 내내 시장 대비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테슬라 주가는 최저 102달러, 최고 299달러로 저점과 고점이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나스닥지수 연고점(1만4447포인트)이 연저점(1만265포인트) 대비 1.4배 높다는 점에서 테슬라 변동성이 시장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에도 나스닥지수가 한 달간 3% 하락한 반면, 테슬라 주가는 무려 20% 내렸다.
11월 들어서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한다. 지난 11월 9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가는 하루 사이 5% 이상 급락했다. 이번 급락은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가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린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HSBC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 ‘매도’와 목표주가 146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전일 종가(222달러) 대비 34%가량 낮은 수준이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술도 아직까지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마이클 틴달 HSBC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그동안 전기차 선도 업체로 시장을 개척했지만,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이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테슬라가 추구하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성공할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테슬라 주가의 절반은 완전자율주행차 완성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라며 “해당 부분은 2030년까지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오너 리스크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틴달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인 의견을 자주 드러낸다”며 “이는 테슬라 인지도를 높여 광고비를 절약하는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투자자들이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머스크의 ‘원맨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최근 계속해서 제기되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HSBC가 테슬라 보고서를 발간하기 전날인 11월 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은 전기차 업황에 대한 우려를 잇따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기차 업체가 차량 가격을 평균 1만5000달러(약 2000만원)씩 인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한다. 금리 인상이 멈추고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가정해도,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2%대 저금리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자동차 소비자는 대부분 할부로 구매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켜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단번에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구매력 있는 소비자 대부분이 전기차를 구매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때문에 중산층이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는다면,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전기차는 고가 제품이라 돈이 많은 소비자가 아니면 중산층이 쉽게 구매하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를 살 만한 이들은 이미 차량을 한 대씩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격을 낮춰 대중화가 이뤄져야 수요가 유지될 것이다. 만약 수익성 우려로 가격을 크게 내리지 못한다면 전기차 교체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우호적 환경에도…경쟁력 ‘여전’
다만 장기적인 테슬라의 성장성은 분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중기적인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장기적인 방향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자동차 산업 변화의 선두에 있는 테슬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효한 상황이다.
완전자율주행과 사이버트럭 상용화 또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테슬라의 FSD 버전 12가 이르면 오는 12월에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한 사용자가 지난 11월 13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언제 고객이 FSD 소프트웨어 12를 처음 시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약 2주 후”라고 답했다.
FSD 버전 12는 기존 버전과 차원이 다른 ‘게임 체인저’로 시장 기대를 모으는 테슬라 소프트웨어다. 기존 FSD는 개발자가 운전 방법을 일일이 코드로 입력해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였으나, 버전 12는 인공지능(AI)이 운전 영상을 보고 스스로 학습한 결과물이다.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AI가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해 운전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의 신규 모델인 사이버트럭에 대한 기대감도 유효하다. 11월 말 출시를 앞둔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지난 2019년 처음 발표된 이후 테슬라가 4년 만에 내놓는 신규 전기 픽업트럭 모델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사이버트럭 출시는 테슬라 판매 대수 증가와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2024년 수요 둔화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현대차증권은 2024년 순수전기차(BEV) 판매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24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소 인하된 전기차 가격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신규 모델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수요 개선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가격이 하이브리드차(HEV) 가격에 근접했기 때문에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잠재적 소비자의 구매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주요 규제당국의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 부양책이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전기차 확대 추세가 장기적으로 꺾이기 힘들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해진 시장 경쟁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테슬라는 장기적으로 격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경쟁에 대응 가능한 업체”라며 “글로벌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테슬라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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