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집값 정점론…구입 부담 아직 높아 실거래가지수 ‘뚝’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집값이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집값 정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본격적인 하락장 시작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횡보일까.
(1) 실거래가지수
9개월 만에 하락 전환…상승장 끝?
부동산 대표 지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집값 정점론에 무게가 실린다.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올 들어 9개월 연속 상승하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0월 잠정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1.05% 상승해 9개월 연속 올랐다. 이에 따라 올 1~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누적 약 13.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하락분(-22.2%)의 절반 이상이다.
문제는 10월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1월 16일 ‘잠정치’로 발표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0.45% 변동률을 기록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의미다.
실거래가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모든 아파트 실거래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해 작성한다. 주간 시세 동향을 구하는 표본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다.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므로 9월까지 확정치로 발표하고, 10월은 조사 시점(11월 15일)까지 신고한 건만 반영해 잠정치로 공개한다.
실거래가지수 흐름은 경기도도 서울과 비슷하다. 경기도 9월 실거래가지수는 0.98% 올라 전월(1.09%)보다 상승폭이 줄더니, 10월에는 -0.29%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1월 말까지 신고를 모두 마친 10월 확정치도 ‘하락’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0월 이후 실제 아파트 거래 건수가 크게 감소했고, 중개업소에 매물이 본격적으로 쌓이면서 상승 거래가 많아졌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거래 시장 ‘한산’…매수자 우위 지속
KB부동산이 집계하는 ‘3대 부동산 심리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월간 매수우위지수는 11개월 만에,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0개월 만에 각각 내림세로 돌아섰다. 올 하반기에 등락을 거듭해온 매매거래활발지수도 다시 떨어졌다. 부동산 중개업계가 부동산 시장 소강 국면 진입과 관망세 흐름을 본격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자료를 보면, 10월 매수우위지수는 28.2로 30선을 밑돌았다. 지난 6월(28.4) 이래 가장 낮다. 지난해 12월(17.5)부터 10개월 연속으로 이어온 상승세가 끝나고 하락 반전했다. 올해 8월(32.6)과 9월(32.9)에는 30선까지 회복했으나 10월에 다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고,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17.3으로 바닥을 친 뒤로 소폭이나마 꾸준히 개선돼왔다.
10월 월간 매매가격전망지수도 97.1을 기록하며 다시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가격 상승을, 100 미만이면 하락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올해 8월(102.3)과 9월(104.5)에 2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5~12월까지 줄곧 떨어지다 올 들어서는 9월까지 매달 올랐는데, 10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상승,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축소를 비롯한 대출 규제 등이 관망세를 부추기는 분위기”라며 “서울에서도 영등포, 서대문, 노원 등 주요 지역에서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거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매매거래활발지수도 10월에는 12.5에 그쳤다. 매매거래활발지수는 100에 ‘활발함’ 비율을 더하고 ‘한산한’ 비율을 빼 계산한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거래가 활발하다는 뜻인데, 3개월 만에 수치가 하락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에 달할 정도로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자산이 부족한 실수요층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매매 거래량과 가격 오름폭 모두 횡보 수준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165.2로 여전히 높은 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국 주택 구입 부담은 3분기 연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의 경우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할 경우 소득의 4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해 아직 감당하기 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8로 지난 1분기(71.9) 대비 3.9포인트 내렸다. 이는 2021년 1분기(63.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1년 4분기(83.5)부터 지난해 1분기(84.6)와 2분기(84.9), 3분기(89.3)까지 네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에 금리까지 어느 정도 정점을 찍으면서 지난해 4분기(81.4) 상승세가 꺾였고,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낮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낮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산출된다. 즉 가계소득과 금리, 주택 가격을 모두 포함하는 만큼 주택 가격의 고평가 또는 저평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다만 3분기 이후 주택구입부담지수가 계속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2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주담대 금리가 4.3%로 전분기(4.4%) 대비 0.1%포인트 떨어진 반면,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585만4000원에서 598만5000원으로 2.2% 증가해서다.
서울의 경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65.2로 1분기(175.5) 대비 10.3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214.6) 이후 세 분기 연속 지수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170에 육박해 주택 구입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기준 서울 중간소득 가구가 지역의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할 경우 소득의 41% 정도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여전히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인 40%를 넘는다. 통상 서울의 경우 주택구입부담지수 130~140(소득에서 주담대 상환 비중 33~35%)선을 주택 구매가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머지않아 금리 인상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안심할 수 없다. 고금리 시대가 내년에도 지속돼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지면 집값 정점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 PIR·HAI
14년 걸리던 내집마련, 10년으로
지금까지의 부동산 지표로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평가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택 수요가 꾸준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 HAI(주택구입잠재력지수)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는 덕분이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 값이다. 예를 들어 PIR이 12라면, 중위소득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수준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PIR 수치가 낮을수록 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PIR은 10.5로 조사됐다. 지난해 1분기 14.4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떨어졌다. 2분기 기준 전국 PIR도 4.8로 지난해 1분기(7.3)보다 2.5포인트 감소했다.
HAI도 마찬가지다. HAI는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회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기준은 100이다. HAI가 100보다 클수록 중간소득 가구가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HAI는 107.3이었다. 지난해 9월 78까지 빠졌다 올 들어 1월 102.5, 2월 104.4 등으로 다시 100 윗선으로 올라섰다. 서울 강남권 집값마저 하락세를 보이며 정점론이 확산되지만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강남, 여의도, 목동 등 주요 단지 매수세가 꾸준한 만큼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남 청약 주목…대출 낀 다주택 정리
여러 지표가 ‘정점’을 가리키는 이때 주택 투자는 괜찮을까. 당분간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대한 대출 부담을 줄이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주문이다.
대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우선 신규 청약 시장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분양가의 10~20% 수준인 계약금만 있으면 긴 시간에 걸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 심리가 위축되자 청약 시장에서는 중도금대출 무이자 지원은 물론, 이자를 후불로 하거나 일부 고정금리로 적용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대출 이자 부담에 청약을 망설이는 실수요자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무엇보다 중도금대출 문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매력 요인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용산구에 위치한 청약 단지는 무주택자의 경우 분양가의 50%까지 중도금대출이 가능하다. 그 외 지역은 분양가의 70%까지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추첨제 물량이 부활하면서 가점이 낮아도 청약 당첨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점 역시 눈길을 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은 16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만5783건이 접수돼 평균 152.56 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올해 강남 3구에서 처음 분양하는 신규 단지라 청약 수요가 대거 몰렸다.
갈아타기를 염두에 둔 1가구 1주택자 역시 추첨제 물량으로 나오는 아파트 청약을 고려해봄직하다. 무주택자와 비교해 청약 기회는 훨씬 좁지만, 최근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 청약은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내집마련이 가능한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청약 경쟁률이 워낙 치열한 만큼 자금 여력이 괜찮다면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신축 아파트 급매물을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 총액이 큰 다주택자라면 비우량 주택을 정리해 ‘똘똘한 한 채’만 남겨두는 것도 요령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출 부담이 크다면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야 한다. 입지에 따라 집값이 양극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기 지역 주택만 보유하고 비인기 지역 상품은 과감히 처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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