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지지 이끄는 스타 장관? 실력 증명 못한 황태자?

곽우신 2023. 11.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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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힘 받는 '총선 등판설', 쓰임새 놓고 평가 엇갈려... 중도층 견인은 '글쎄'

[곽우신, 류승연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불 끄는 구원투수가 될까, 아니면 불 지르는 구원투수가 될까. 

'긁지 않은 복권'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차기 총선 등판 여부를 두고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국민의힘은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쇄신 작업에 나섰으나 당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의 갈등만 불거졌고, 이준석 전 당 대표가 '신당 창당'까지 예고하는 등 분위기 일신에 실패하고 있다.

여권은 '반전 카드'로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 장관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 21일 해병대 2사단 방문 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 역시 지난 20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신선하고 너무 좋은 분" "아주 합리적인 분" "젊지만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라며 적극적으로 힘을 싣기도 했다(관련 기사: '한동훈 띄우기' 나선 여권... 인요한 "굉장히 신선, 너무 좋은 분").
  
지지자와 언론의 관심, 적극 활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같은 보수 진영의 기대는 현장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최근 여러 정책 관련 일정을 소화하며 지방과 서울을 오갔는데 가는 곳마다 분위기가 뜨겁다. 대구에선 서울행 기차표를 3시간이나 뒤로 미루고 사진 촬영에 임했고, 대전에서도 손피켓과 꽃다발을 든 지지자들이 그를 환영했다. (관련 기사: 공무원 맞아? "정치적 행보 아니"라는 한동훈의 광폭 행보)
  
22일 오후 한 장관의 국회 방문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한 장관은 적극적으로 응했다.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그는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에서 별로 더 드릴 말씀은 없다"라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뉘앙스를 가지고 (언론에서) 다시 말씀하시기에, 제가 그 부분은 더 말씀 안 드리겠다"라고 거리를 뒀다.
  
▲ '셀카' 찍는 한동훈 장관 22일 오후 국회 의정관을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함께 사진을 찍자는 지지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 류승연
 
다만, 여전히 "불출마" 같은 단어를 명확히 쓰지는 않았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출마를 권유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물었으나 "제가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성의 있게 답해드리는 게 맞지만, '만약'이 너무 많다"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자신의 차기 총선과 관련한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비교하는 물음도 나왔으나, 한 장관은 "저는 당원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스타 장관의 역할론'에 대해선 "저는 스타 장관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도에 대한 질문에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만 짧게 이야기했다.

그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지난 1년 반 내내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여러분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좋게 생각한다"라고 취재 열기에 긍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다시 부각? 
  
 9월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이 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생중계하는 무대 대형스크린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 권우성
 
여권은 한동훈 장관이 중도층·수도권·청년·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약세로 평가받는 계층의 표를 공략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도권에서의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 이런 부분을 한동훈 장관에게 기대하지 않을까"라며 "스마트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을 국민들이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한 장관의 최근 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지난 몇 주 간 이준석 전 대표가 가져갔던 이슈 주목도를 되찾아오는 효과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여부라는 여권에 불리한 의제가 희석된 것. 여기에 한 장관이 실제로 등판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해 빠져나간 여권 지지층 일부를 다시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권에게는 일종의 다목적 카드"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한동훈 장관이 총선에 등판하게 되면, 일단 이준석 전 대표의 공백을 메울 수는 있다"라며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지만, 이 전 대표가 갖고 있었던 '2030 남성 대표성'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 국민의힘 최대 문제는 당을 이끄는 사람 중에 이재명 대표와 각이 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동훈 장관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재판 리스크를 다시 새롭게 부각시키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라고 짚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이상, 국민의힘에서도 그와 맞설 만한 상징성과 인지도가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 한 장관이 최적임자라는 이야기이다.

예전 같지 않은 한동훈의 '스마트' 이미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한동훈 장관이 실제로 이같은 기대를 온전히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야구로 치면 그는 불펜에서 몸만 풀고 있을 뿐, 아직까지 등판 기록이 없는 신인 투수다. 강속구로 팀을 지킬 파이어볼러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불을 지르며 실점을 일으키는 파이어볼러가 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의 '총선 파괴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본다"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을 결집을 시키는 그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하고 있는데 결국 중도 싸움에 있었을 때는 우리가 흔히 '중수청'이라고 하는 중도, 수도권, 청년 그 부분에 있었을 때는 일단 실제로 수치 자체에서 여론조사 자체에서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에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따르면, 한동훈 장관의 선호도는 서울에서 18%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7%)보다 1%p 높았다. 하지만 인천/경기도에서는 12%대 20%로 이 대표에게 8%p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18~29세에서는 7%대 9%로 2%p로 뒤쳐졌고, 30대에서는 6%대 20%로 14%p, 트리플 스코어 이상 차이가 났다.

정치성향별 중도층에서도 10%대 20%로 10%p 밀렸다. 한 장관은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13%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재명 대표가 남성에서 22%, 여성에서 19% 선호를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여성 지지층이 많다고 보기도 힘들다.

한동훈 장관은 최대 장점 중 하나로 '스마트'한 이미지가 꼽힌다. 국회 상임위 및 본회의 출석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날카롭게 논박하는 모습이 보수층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말 잘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반감도 사고 있다. 질문의 핵심에 답하지 않고, 트집을 잡아 상대에게 되돌리는 한 장관 특유의 화법이 '밈'화되고,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비호감과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또한 한 장관은 '맞춤형 저격수'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의 공방에서는 밀리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했고(관련 기사: 자꾸 되물은 한동훈... 이탄희 "반문말고 답하시라"), 권인숙 민주당 의원으로부터는 사실관계가 틀린 데 대해 지적받기도 했지만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태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관련 기사: 팩트 틀렸는데 인정 안 한 한동훈... 권인숙 "법무부도 인정했는데"). '민주당과 잘 싸우는' 한동훈의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아진 것.

실력도, 치적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 '조선제일검'

'실력'이 정말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한대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옮겼다.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나선 것.

하지만 인사정보관리단은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부터 가장 최근에는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까지 주요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사전 인사검증에 번번이 실패했다. 야당의 비판에 직면한 한동훈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관련 기사: '인사검증 실패론' 대응한 한동훈의 세가지 전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된 것도 컸다. 한동훈 장관은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A4용지 18장 분량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준비해왔고, '피의사실 공표'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야당 의원들을 자극하며 이재명 대표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역설했다.

이를 두고 김성회 정치연구소 싱크와이 소장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동훈 장관이 준비해 온 원고는 총 1만1900자였다. 아나운서가 읽었을 때 45분 걸리는 분량"이라며 "보통 그렇게까지 써오지도 않고 관례에 맞지도 않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이용호 의원조차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부결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이었다. 구속영장 청구서만 150쪽, 프레젠테이션만 500쪽을 준비했다던 검찰도 체면을 구겼지만, 한동훈 장관 역시 치명타를 맞았다. 그는 막상 영장이 기각되자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사법 리스크'라는 이재명 대표 최대의 족쇄를 오히려 느슨하게 만들어준 셈이 됐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조선제일검'이라고까지 칭송받던 검사 출신 장관이, 정작 법무부장관으로써 이렇다 할 치적도, 성과도 내지 못한 것이다.

"검증 들어가면 탈탈 털릴 것...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 안 될 수도"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라는 그의 정치적 자산 자체가 그의 중도 확장력을 억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보수진영의 환호를 받은 것과 같은 길을 택할 수도 없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보수 지지층을 떠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대구에서 한 발언,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한 발언들을 보면, 그가 보수 진영 유권자들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에 개혁적으로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여준다면은 하태경과 이준석과 한동훈이 동지가 되는 날도 올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은, 반대로 그가 당과 대통령에 '쓴소리'를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꼬집은 셈이기도 하다. 일종의 '가불기(가드 불능 기술)'이다. 맞서도 타격, 피해도 타격을 입는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한동훈 장관이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 그리고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이미지로 가게 되면 외연 확장은 어렵다"라며 "한동훈 장관의 쓰임새는 지극히 지지층 결집에 국한된다. 총선의 관건은 외연 확장, 중도층을 견인해 올 수 있느냐인데 그거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장관이 총선에 등판하게 되면 본인에 대한 검증이 개인적으로 강하게 들어갈 것이다. 여기에서 탈탈 털릴 수도 있다"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그리고 법무부장관으로 있을 때 본인이 했던 말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만한 일들이 벌어지면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유권자들의 호기심은 있는데, 그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할지 아니면 부정적인 요인이 될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교정 행정을 중시하는 것이나, 여성 관련 범죄에 대한 태도 등을 봤을 때 한동훈 장관 개인은 중도층 소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하지만 분위기는 당이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의힘이 너무 오른쪽을 바라보고 총선을 치르려 하면, 한 장관이 하고 싶어도 중도층 공략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엔터테이너로 따지면 한 장관은 연기자로 영역을 넓히려는 훌륭한 가수"라며 "하지만 갑자기 감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당이 한 장관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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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 속 인용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응답률 14.0%)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방식으로 추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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