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尹과 만찬서 '강남스타일' 농담…건배사는 한국어 '위하여'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1일(현지시간) 국빈으로 초청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중 가수 싸이의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언급했다.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만찬에서 윤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내빈 1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했다.
그는 과거 한국 방문을 거론하면서 "안타깝게도 내가 몇십년 전 서울에 갔었을 때 내가 강남스타일이라고 불릴만한 것을 제대로 개발했는지 잘 모르겠다"(Sadly, when I was in Seoul all those years ago, I am not sure I developed much of what might be called the Gangnam Style!)라고 농담했다. 찰스3세는 왕세자이던 1992년 11월 다이애나 세자빈과 함께 방한한 바 있다. 영국 왕실 인사로서 첫 공식 한국 방문이었다. 이런 찰스 3세의 '강남스타일' 농담으로 내빈 사이에서 웃음을 터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특히 찰스 3세는 이날 만찬에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또 연설을 도중 찰스 3세는 양국의 동반자 관계(partnership)를 한국어 '정'(jeong)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연설에서 찰스 3세는 수십년간 쌓아온 긴밀한 개인적 관계가 오늘날 많은 수준에서 양국 사회 사이의 진정한 애정, 즉 정(jeong)으로 꽃피운 동반자 관계라고 했다.
이 밖에도 찰스 3세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한국인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냉장고와 평면 스크린에서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내가 30년 전 서울에서 엿본 산업 효율성 모델이 오늘날 기술 창의성의 전형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특히 "영국의 문화 지형에서 한국 입지를 가장 극적으로 변화시킨 건 아마도 예술적 창의성일 것"이라면서 한국 문화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세종대왕을 언급하며 "우리 문화는 이른바 소프트 파워를 공유된 슈퍼파워로 바꾸며 전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놀라운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세종대왕의 발자취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4명에 대해서는 "(영국이 개최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및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홍보대사로서 세계인들에게 환경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한 데 박수를 보낸다"라면서 "이들이 글로벌 슈퍼스타일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런 중요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만찬에는 블랙핑크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한국 기업인도 다수 참석했다.
찰스 3세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한국어 건배사 "위하여"로 양국의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날 만찬에서 커밀라 왕비와 케이트 왕세자비가 한국의 태극기 문양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붉은색 의상을 입으면서 한국과의 정상외교를 향한 '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만찬 이후 윤 대통령과 찰스 3세는 선물 교환도 했다. 찰스 3세 일가는 윤 대통령에게 영국을 국빈 방문한 국가 원수나 국빈 자격을 갖춘 외국 정상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바스 대십자 훈장'과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연설집 '조류에 맞서며(Stemming the Tide)'의 사본, 스코틀랜드 라프로익 산 특별 한정판 위스키 등을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이다. 영국 왕실은 통상 1년에 2번 국빈을 맞이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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