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모'도 식당서 일한다…E-9 비자 음식점 취업 허용
인력난을 겪는 외식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22일 비전문 취업비자(E-9)를 가진 외국근로자의 음식점업 고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E-9 비자 소지자는 농축산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 등 한국 근로자가 기피하는 업종에서만 일할 수 있었는데, 외식 업계까지 취업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는 방문동포 비자(H-2)를 소유한 해외 동포와 유학(D-2)비자를 받은 유학생 등만이 음식점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은 방안을 담은 ‘민생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 방안엔 국민의 불편·부담 규제와 중소·소상공인 규제 애로 사항 등 총 167건이 포함됐다. 한 총리는 “정부는 규제혁신을 국정 우선 과제로 삼아서 전방위적 개선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에 투입할 E-9 비자의 쿼터는 초기 3000명에서 시작해 최대 1만명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시범 사업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구체적 인력 투입 규모는 이달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올해 E-9 비자의 전체 쿼터는 11만명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E-9 비자 도입 규모를 최대 16만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정부의 발표는 이민청 설립 등 이민 문제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이민 문제만 하더라도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기 전, 전 부처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제는 개별 국가 중심의 국가주의가 아닌, 전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국제주의 시대”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최근 전국을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이민청 설립 추진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또한 일회용 콘택트렌즈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실증 특례(제한된 조건에서 신기술·서비스 시험 검증)를 내년 1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유효 기간(5년)이 다 된 온누리 상품권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1979년부터 60㎖로 고정된 해외 여행자 향수 면세 한도는 내년부터 100㎖로 확대된다. 새로 이사를 하면 이전 거주지에서 쓰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가까운 편의점에서 환불받거나, 전입 지역에서 별도의 스티커를 발급하지 않아도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한다.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는 민생과 현장 소통을 강조하고자 정부 청사가 아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렸다. 한 총리는 “다양한 분야의 민생 규제를 개선해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서민경제에 활력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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