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외국인 노동자 늘어나는 울산 동구… 전담센터·재정지원 절실
울산 동구는 예전부터 외국인에게 친숙한 지역이다. 조선업 호황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박 감독관들이 동구 방어동 꽃바위 일대에 많이 살았고 외국인 노동자도 제법 있었다. 당시 바다 전망이 좋은 꽃바위 쪽에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겨냥한 외국 음식점도 번성했다.
울산 동구에서 외국인 주민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22년 2월 내전으로 고국에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기여자 29가족 157명이 한꺼번에 서부동으로 이주하면서부터다.
대부분 의료, 교육 등 전문직에서 종사하던 아프간 남성들이 국내에서는 언어 등의 문제로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정부정책에 발맞춰 현대중공업에서 이들에게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도 했으나 동구청은 HD현대중공업과 동구가족센터 등 민간 단체와 함께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이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도왔다. 동구의 이런 외국인 정착 지원사업은 2022년 11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외국인 지원 우수사례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동구는 최근 외국인 문제로 다시 고민에 빠졌다.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소가 부족한 현장 인력을 해결할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부터 중공업에서 일하던 생산직 근로자들은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등 상대적으로 근로 여건이 좋은 업종으로 빠져나갔다. 현재는 내국인 노동자의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면서 동구 지역에는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태국 러시아 몽골 필리핀 등 여러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에서는 52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동구 인구는 감소세가 멈추고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1월 동구 인구는 15만5700여명으로 저점을 찍은 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10월 말 인구는 15만9000명으로, 16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국인 수만 보면 2023년 1월 15만1486명에서 10월에는 15만2419명으로 0.6% 늘었으나 같은 기간 동구에 주민등록을 둔 외국인 주민은 같은 기간 4261명에서 6792명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수가 지난 2022년 1월 초에 2992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년도 채 안 돼 3배 가까이 늘었다. 일손 부족이 일손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에는 외국인 수가 1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외국인 주민 급증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밀집 지역 주민들은 문화나 관습 차이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동구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 7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경찰, 법무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8개 기관과 함께 ‘외국인노동자 지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지난 9월부터 동부경찰서 주도로 동구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결성돼 자율 방범 활동을 시작했다.
이 밖에도 동구청은 울산동구가족센터를 통해 외국인 가족의 한국 생활을 돕고 있다.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가족 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연계 사업을 하고 있다. 또, 공동육아 나눔터 사업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아동에게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구 지역에는 지원 전담 기관도 없고, 지원에 필요한 예산도 부족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동구청은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설치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정착 위한 국가적 관심 절대적”
“외국인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지역 안착을 위해 울산시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김종훈(사진) 울산 동구청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구와 같은 광역시 급 산업도시에도 외국인 주민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자 대세”라며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내국인과 외국인 주민이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 여건을 기초단체에서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외국인 주민 증가에 따른 부담을 기초단체에만 지우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정부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했지만, 외국인이 지역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은 우리 주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데 울산시나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지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구 지역 외국인 근로자는 6000여명이다. 앞으로 최대 1만5000명의 외국인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동구 인구의 10%를 외국인이 차지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동구에 체류하면서 내는 세금은 거주 1년 뒤부터 내는 주민세 1만원이 전부다. 6000명이 내는 세금을 모두 합해봐야 연간 6000만원에 불과해 세수 규모로 치면 공무원 1명 정도를 운용할 수 있는 정도다.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회, 문화,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거둬들이는 세수만으로는 지자체가 외국인 근로자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구청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 있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외국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역사회와 잘 어울리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국제화한 지역문화가 정착된다면 이 또한 동구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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