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현역 탈당 예고·R&D예산 삭감 '부글'... 대전 유성을은 예측 불허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격전지를 찾아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장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대전유성을) 의원은 21일 오후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 유성구을 선거구. 내리 5선을 한 현역의원이 탈당을 예고했다. 그의 거취에 따라 선거구도는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전 유성구을 지역의 현역 의원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최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당이 됐다'고 독설을 내뱉으며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정나미가 떨어졌다'며 조만간 탈당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준석 신당 또는 금태섭 신당 합류설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스스로 국민의힘 입당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니까 내년 22대 총선에서 당을 옮겨서라도 반드시 출마하겠다는 뜻이다. 5선 현역의원이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쟁자 입장에서 '최고의 기회'를 맞은 예비후보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서둘러 이름과 얼굴을 알려 경선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과연 이 의원이 어느 당으로 출마하게 될 지, 각 정당의 공천장은 누가 받게 될 지에 따라 선거구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번 대전유성을 총선 결과는 예측 불가다.
대덕연구단지 품은 유성을, R&D예산 삭감에 '부글부글'
유성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연구단지)를 품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대덕특구에는 26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46개의 연구기관과 60개에 달하는 정부기관·공공기관·비영리기관이 있으며, 2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4만 명에 가깝고 직원까지 합하면 8만 명이 넘는다. 한 해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만 7조 7천억 원이 넘는다.
한마디로 유성을은 과학기술의 도시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진보개혁세력이 우세했던 지역이다. 이상민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의원이 재선을 할 때인 2008년에는 자유선진당 소속이었지만, 4번의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에서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유성 지역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대전시장과 4개 구청장을 모두 국민의힘이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성구청장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아주 특이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거리에는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과학기술관련 단체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
ⓒ 장재완 |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이 이 지역에서는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등이 연구단지 주요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R&D예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민심은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의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덕특구 내 거주지역인 유성구 신성동에서 만난 60대 남성 A씨는 "아무래도 이 지역은 연구원이나 그 가족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R&D예산 삭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 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선거 전에는 (과학기술분야에)대폭 지원하겠다고 하고서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배신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심을 반영하듯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도 삭감된 R&D예산을 다시 증액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평당원협의회를 출범시키면서 R&D예산증액으로 민심잡기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대전시내 전역에 내걸었다.
[누가 뛰나, 민주당] 이상민 빠지면 기회, 경쟁 치열
▲ 허태정 전 대전시장(왼쪽)과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
ⓒ 허태정/이경 |
우선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허 전 시장은 유성구청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곧 바로 대전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에 인지도 측면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허 전 시장은 R&D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통해 자신의 출마를 알리고 있다.
▲ 정기현 전 대전시의원(왼쪽)과 김찬훈 대전YMCA 이사장 |
ⓒ 정기현/김찬훈 |
또 다른 후보군으로는 정기현 전 대전시의원이 있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조위원장과 대전시의원을 지냈다. 현재는 행복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삭감된 R&D 예산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대전YMCA 김찬훈 이사장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나라아이넷㈜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총선에서 이상민 의원과 공천경쟁을 펼쳤던 김종남 전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최근까지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안필용 전 허태정 대전시장 비서실장은 허 전 시장의 출마에 따라 지역구를 대전서구갑으로 옮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에 과학의 도시 대전 유성을 민심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과학기술 R&D예산 원상회복 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천막농성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사진 가운데).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R&D예산 확대를 약속했다며 '대통령의 약속을 믿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대전지역 곳곳에 내걸었다(사진 위쪽). 사진 아래는 정의당 후보로 출마가 예상되는 김윤기 유성지역위원장의 현수막. |
ⓒ 장재완 |
이석봉 대전시 정무부시장도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이다. 최근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변한 이 부시장은 CBS·중앙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했고, 지난 2000년에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산업 전문 인터넷신문 대덕넷(헬로디디)을 창간해 운영해 왔다. 지난 해 7월엔 대전시 과학분야 정무부시장에 취임했다.
이 밖에도 대전시 정무수석을 그만 두고 총선출마를 준비해 온 박철환 변호사도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박 변호사는 이석봉 정무부시장의 출마에 따라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박성효 전 대전시장과 김신호 전 대전시교육감, 신용현 전 국회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이상민 의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만일 이 의원이 공천을 약속받고 영입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2020년 출마 당시 정의당 김윤기(대전 유성구을) 후보 모습 |
ⓒ 정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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