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실률 20%인데 韓은 2%…오피스 시장 호황 부른 이 문화
뉴욕·런던·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반대로 서울은 “매물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 사무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는 데에는 기업의 근무 문화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2일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시장 평균 공실률은 2.2%로 집계됐다. 서울·분당에 있는 연면적 1000평(3300㎡) 이상 오피스 빌딩 954개를 조사한 결과다.
지역별 공실률을 보면 ▶서울 도심권(CBD) 2.9% ▶강남권(GBD) 1.8% ▶여의도권(YBD) 1.4% ▶판교분당권(BBD) 1.9% ▶기타 지역 2.4% 수준이다. 2021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자연공실률 5%를 밑돌고 있다. 자연공실률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을 뜻한다. 이를 밑돌고 있다는 건 한마디로 빈 사무실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풀방’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 20%·뉴욕 13%·베이징 24%
반면 외국에선 ‘탈 오피스’ 행렬이 줄 잇고 있다. 미국 부동산 전문 조사회사인 코스타(Costar)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영국 런던(9%)과 미국 뉴욕(13.4%)·샌프란시스코(20%)의 공실률은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될 당시(6.3%)와 비교해 공실률이 3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몰락이 이런 오피스 임대 시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470억달러(62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로 세계 투자자의 주목을 받던 위워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뉴저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35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서구권 나라 외에도 ▶베이징(24%) ▶상하이(21%) ▶홍콩(15%) ▶싱가포르(9%) 등 아시아 주요 대도시에서도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美 재택근무 활성화…이전으로 회귀 못 해
국내·외 부동산 전문기관들은 외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 엑소더스를 촉발했다고 분석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분기 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에서 “미국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재택근무 선호도가 높아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1주일에 약 3.5일 회사로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보다 30% 감소했다.
반대로 한국은 엔데믹이 선포되면서 출·퇴근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올해 스탠퍼드대·멕시코기술자치대(ITAM)·독일 IFO경제연구소가 전 세계 34개국 직장인 4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1.6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2일)·대만(2.8일)보다도 적었고, 캐나다(6.8일)·영국(6일)·미국(5.6일) 등 영미권 국가와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서울, 오피스 공급량도 부족…임대료↑
여기에 서울 지역의 고질적인 오피스 공급량 부족도 공실률 감소를 부른 원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는 2021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최근 1년간 서울 권역 내 오피스 공급량은 약 10만㎡로 직전 1년(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간 공급량인 약 130만㎡ 대비 10%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제 서울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는데 용도도 이미 다 정해져 있다. 사무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처럼 주요 기업들이 외곽으로 사옥을 옮기거나 근무 유연화를 해야 하는데 한국은 둘 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 보니 서울의 오피스 임대료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3분기 기준 2018년 전용면적 3.3㎡당 19만7100원이었던 오피스 임대료는 지난 3분기 24만4400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노동 유연화가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앞서 직장인들의 월평균 재택일수를 조사한 스탠퍼드대·멕시코기술자치대(ITAM)·독일 IFO경제연구소 측은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의 경우 좁은 아파트에서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경제학자들이 실시한 조사에선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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