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불씨 되살아나…민주당, 수정 법안 재발의

황수연 2023. 11.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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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문제로 의료계가 시끌한 가운데, 간호법 불씨까지 되살아 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간호법 제정안을 야당이 다시 발의하면서다. 일부 내용이 수정됐지만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영인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중심 2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의원실은 “재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7월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총에서 결정된 재추진 방침에 따라 후속으로 추진된 법안”이라며 “복지위 민주당 간사 자격으로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야당 주도로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대통령이 정부·여당 건의대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국회로 넘어와 재투표가 진행됐지만 결국 부결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이후 직역 간 합의점을 도출해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왔고 당초 10월 국정감사 전을 목표로 했지만, 관련 단체 간 이견 조율이 어려워 재발의 시기가 지연됐다.

지난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재의결 건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추진되는 법안의 명칭은 간호법안으로 동일하다. 기존 법에서 쟁점인 문구를 일부 손봤다. 먼저 제1조(목적)에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는 문구를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고 바꿨다. 의료계가 간호사의 단독 개원 근거가 된다고 지적해 온 지역사회 문구를 빼고 구체적인 의료기관 이외 활동 범위를 명시했다.

또 제5조의 간호조무사 자격 인정에서 ‘고등학교 학력’ 규정을 ‘고등학교 학력 이상’으로 수정했다. 제11조 간호사 업무에서는 구체적인 진료보조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추가했다.

그러나 수정된 법안 역시 반대가 여전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간호법과 새 간호법 비교표. 자료 고영인 의원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새 법안에 대해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를 위한 위헌적 조항(제6조제1항제1호)의 수정이 아닌 간협(대한간호협회)의 억지 주장을 반영한 엉뚱한 조항(제6조제1항제4호)을 수정해 마치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제1호의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른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에서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추가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유지한 채 제4호의 ‘고등학교 졸업학력 인정자’를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로 바꾸었단 것이다.

간무협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과 졸업자 아니면 모두 간호학원을 수료해야 하며,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도 간호학원에서 다시 공부해야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위헌적인 요소는 그대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문구 대신 나열된 것들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밖의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이 의사 지도없이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되는 문제는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진료보조에 대해서도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진료보조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간협과 간호조무사회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선에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사 업무 침해 논란 관련해서도 “간호협의 양보를 이끌어내 간호법에 반영하기로 했으나 해당 단체들의 정무적 판단 등 내부 사정 등으로 최종안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추후 법안 심사과정에서 채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간무협은 그러나 “학력제한 폐지 없이 간호법이 재발의 되면 86만 간호조무사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무협과 대한의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 14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의료연대는 이날 재발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단체는 “폐기됐던 간호법안과 똑같은 간호사특혜법안”이라며 “간호법안을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 자체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라며,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간호법 제정'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간호법 재추진 의지를 밝혀온 대한간호협회 측은 일단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간협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위해선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게 간협의 입장”이라고만 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5월 간호법안 재의 요구 시와 정부 입장은 동일하다”라며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선 특정 직역의 역할을 강조하는 법 제정보다 의료체계 전반을 다루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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