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은 왜 국회 '지역소멸' 세미나에 참석했을까
[류승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11.22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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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모셨는데, 섭외 중 법무부가 수차례 '이 세미나에 왜 (한 장관이) 와야 하는지 설명하라고 했습니다. 광역 비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 법무부에서 '오케이'는 안 했습니다"
22일 오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세미나를 주최한 국회입법조사처 측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날 세미나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장관의 섭외 비화를 설명하면서 "(법무부가) 광역 비자를 주는 이슈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 주제로 세미나를 한다면 안 오고 싶다고도 했다"며 "하지만 결국 이민청 설립 등 중요한 이야기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오케이'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소멸' 세미나에 등장한 한동훈... 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다뤄진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는 '광역비자'를 도입해 지방소멸을 막자는 것. 지역에 필요한 해외 인재를 지역이 직접 선정해 데려올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비자 발급·체류 기간 결정권한 일부를 이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장관은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자신의 주요 관심사인 '이민청 설립'만을 강조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이날 자리에는 한 장관, 세미나를 주최한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과 함께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지방소멸 문제에 직면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김대중 전라남도 교육감, 임종식 경상북도 교육감 등도 자리를 메웠다.
한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세미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듯 "지방소멸을 막고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건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중앙, 지방 정부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외국인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고심하고 외국 출장도 그런 내용으로 다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앞으로 10년 뒤면 외국인의 자발적인 기여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내국인들이 가질 불안감을 잘 다독이는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게 우리나라 되면 좋겠다.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많이 배우고 가겠다"고도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내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각 지자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핵심은 '광역비자 도입'과 '직업계 고등학교 내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활성화'로 귀결됐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22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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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장관은 자신의 발언 후 이어진 사진 촬영을 끝으로 곧장 자리를 떠났다. 그는 국회의정관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민청이나 오늘 이야기 나온 광역 비자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이민청'으로만 답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출입국 이민관리청을 만든다는 것은 외국인을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한쪽만의 목적이 아니"라며 "현재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가 외국인을 수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를 '컨트롤타워'를 갖고 24시간 고민하고 불편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또 "(이민청 관련 정책에) 집어넣을 내용은 체류 자격의 '계단식 인센티브'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익 받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아주 우수한 과학기술, 우수 인재에 대해서는 특혜를 줘서라도 모셔오자는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큰 틀"이라고 했다. 이어 "또 하나의 중요한 틀은 합법 체류를 늘리되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확실히 적발해 내쫓겠다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한 장관은 이민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법무부'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법무부의 권한이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 입장에서 (이민 정책을 담당하게 되면) '노동력'만 보게 된다. 외국 인력이 들어오면 (노동부는) 노동 3권을 무조건 보장해줘야 한다는 문제에서 출발한다"며 "또 과거 여성가족부 위주로 외국인 정책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논의가) 휴머니즘과 복지로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재량을 갖고 있는 영역이 어디냐, '출입국 비자 관리'"라며 "미국에 가 지문을 찍다 보면 '혹시 저 사람이 나를 못 들어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나, 출입국 정책은 그런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우리는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국익과 국민,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방향으로의 이민 정책이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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