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옥 가서도 코인사기 배웠다"…검·경 뒤집은 탁모씨 19년
수사무마, 경찰 승진청탁 의혹으로 광주·전남 일대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브로커’ 성모(61·구속기소)씨의 뒤에는 늘 의뢰인 탁모(44·구속기소)씨가 있었다. 탁씨가 자신을 향한 수사를 무마하는 등의 목적으로 성씨에게 17억6900만원 가량을 넘겼고, 성씨도 이 돈을 기반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돼서다. 탁씨는 성씨의 로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녹음파일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도 이를 기반으로 성씨와 성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을 수사 중이다. 사건 브로커는 성씨지만, 이번 사건에서 탁씨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형사처벌로 점철된 탁씨의 청년기…2010년엔 첫 수사무마 시도
약 1년 뒤인 2005년 1월 가석방된 탁씨는 그해 4월 가석방 기간이 끝나자 다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탁씨는 2005년 3월~7월 친동생 등 공범 2명과 온라인게임 사이버머니를 싸게 판매하겠다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3억26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2006년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 출소한 탁씨는 3년 뒤인 2010년 다시 범행에 나섰다. 탁씨는 2010년 온라인 도박게임에서 상대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자, 피해자들은 탁씨를 광주 광산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미 두 차례 수감 이력이 있었던 탁씨는 이 때 처음으로 금품을 이용해 수사무마에 나섰다. 탁씨는 친동생이 교도소에서 알게 된 조직폭력배를 통해 광주 동부경찰서 소속 A씨에 접근했다. 이어 A씨를 통해 광산서 담당 수사관 B씨와의 연결고리를 만든 뒤, A씨와 B씨 등에게 성접대와 현금 등 총 2464만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 하지만 B씨는 탁씨 친동생에게 “무혐의 처분이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고, 탁씨는 2010년 9월 결국 구속됐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한 덕에 그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감옥살이는 면했다. A씨와 B씨도 알선수재죄로 처벌받았다.
2012년 조폭 동원해 강도상해…3년 6개월의 수감생활
2년 뒤인 2012년 9월 탁씨는 강도상해 등 범죄도 저질렀다. 당시 전남 여수의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함께 인터넷 물품 사기를 친 C씨를 납치해 돈을 갈취했다. 탁씨가 C씨를 유인한 뒤, 조직원들이 그를 여수의 한 뒷산으로 끌고 갔다. 조직원들은 이곳에서 쇠파이프와 목검 등을 이용해 C씨를 3시간 20분 동안 폭행한 뒤 구덩이에 밀어 넣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C씨 아버지에게 5600만원을 뜯어냈다. 탁씨는 조직원에게 끌려온 것처럼 행세했다.
이 사건은 C씨가 신고를 주저하며 한 동안 드러나지 않다가 2015년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탁씨는 2015년 상반기 공개수배 대상에 올랐다. 대법원은 2017년 7월 탁씨에게 강도상해와 사기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탁씨와 사업을 했던 한 인사는 “경찰을 매수했지만 구속되는 등 실패했고, 강도상해가 뒤늦게 드러나자 도주하는 등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 때부터 확실한 뒷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씨는 이 사건으로 2016년 10월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3년 6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탁씨는 교도소에 있는 중에도 동료 수감자에게 가상화폐 사기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2019년 출소 후 브로커 끼고 가상자산 사기
2019년 5월 목포교도소에서 출소한 탁씨는 이후 최근 논란이 되는 4건의 사기 사건을 벌이기 시작했다. 2019년 9월부터는 아모코인 사기를, 2019년 10월부터는 인공지능(AI) 비트코인 시세조종 프로그램 사기를 벌였다. 2020년 1월 경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탁씨는 친동생의 교도소 지인인 브로커 전모(62·구속기소)씨를 찾았다. 경찰 출석, 출국금지, 지명수배 등을 막아달라는 이유였다. 전씨는 경찰 로비가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브로커 성씨를 끌어들었다.
이후 탁씨는 불구속 상태서 수사를 받으며 2020년 6월 FTB코인, 2021년 11월 아티코인 등 추가 사기 행각을 벌였다. 브로커 성씨에 대한 탁씨의 신뢰도 커졌다. 탁씨는 성씨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4억원 상당에 머물던 탁씨의 사기 규모도 커져 피해자들은 FTB 코인 피해액을 391억원, 아티코인 피해액을 28억로 추산하고 있다. FTB 코인사건의 한 피해자는 “탁씨를 고소하면 조폭 출신 동생을 통해 협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탁씨 사건을 잘 아는 광주지역 법조인은 “탁씨가 성씨를 만난 이후 검·경 수사에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엔 어떤 사기를 벌일까 궁리했다”고 말했다.
브로커 성씨에 대한 탁씨의 신뢰는 지난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아티코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5번 신청해서다. 결국 탁씨는 지난해 말 검찰에 경찰의 수사 무마‧인사청탁 등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제보했다. 이후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인해 불구속 상태를 유지한 탁씨는 추가 범죄를 도모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15개월 뒤인 지난달 10일에야 탁씨를 구속했다.
이찬규·허정원·김정연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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