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 위성, 궤도 진입"…최종 성공 판단엔 신중

이근평 2023. 11. 22. 1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22일 북한이 이날 발사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단 “위성체의 정상 작동 여부 판단엔 한미 공조 아래 추가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된다”고 전제했다. 궤도에 안착했더라도 위성으로서 기능을 발휘하는지는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성공이 확인되면 한·미 입장에선 북한의 위성 아래에서 작전을 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진다.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


1·2차와 달리 정상 비행…러시아 조력 가능성


이날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실려 전날(21일) 발사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궤도에 정확히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일단 발사체가 정상 비행한 건 사실로 관측된다. 지난 5월 31일 1차 시도 땐 2단 추진체 점화에 실패한 발사체가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지난 8월 24일 2차 시도에선 1단과 2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3단 로켓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로 실패했다고 북한은 평가했다.

반면 이번엔 추진체의 비정상 낙하가 이뤄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 분리와 추진체 엔진의 점화·연소 같은 주요 과정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엔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력의 직·간접적 지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1단 추진체에 엔진 2개를 적용한 지난 1차 발사 때와 달리 3차 발사에서 4개 엔진을 사용한 정황이 식별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제공


“러시아 기술진, 북한 들어간 정황”


1단 추진체에 엔진 2개를 적용한 지난 1차 발사 때와 달리 3차 발사에서 4개 엔진을 사용한 정황이 식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엔진 모양이 화성-15형에서 화성-17형으로 바뀌었다”며 “1차 때 2개 엔진으로 추력이 안 되니 4개로 늘려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체에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는데 해당 엔진은 러시아제를 기반으로 한다. 러시아 기술진의 조언으로 변화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도 “북·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온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 비행과 궤도 진입을 곧바로 성공으로 해석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 정찰위성 발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일본 해상보안청]


궤도에 진입했어도 위성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는 게 필요하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태양전지판을 전개해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해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며 “광학탑재체 작동 검증, 영상 품질 확인 절차 등에 1~2개월은 소요된다”고 말했다.


“효용성 없다”던 軍, 이번엔 “안보 위협”

군 당국은 북한의 1차 발사 당시엔 위성체 잔해물을 수거한 뒤 “분석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만리경 1호에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가 1m 이하인 '서브 미터'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해상도가 서브 미터급은 돼야 가로·세로 1m 이하 범위를 위성 사진에서 하나의 점으로 나타낼 수 있어 군사위성으로서의 실효성을 인정받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전날인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하지만 이번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위성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엔 1차, 2차 시도 때는 없었던 ‘러시아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차 발사에서 잔해물을 분석했을 당시엔 북한의 능력들이 크게 높지 않았던 걸로 판단했지만 북·러 정상회담 이후 위성체에 대한 북·러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위성급이 아닌 일반 민간급 위성을 확보해도 한국엔 위협이라고 지적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민간 상업위성 정도의 능력만 확보돼도 우리 군의 주요 시설과 정부의 보안시설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군용 시설을 찍고 공격 포인트를 식별해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위성 성공 여부에 따라 앞으로 한국군 부대 이동과 전력 배치를 숨겨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 군사정찰위성은 핵미사일과 연결될 경우 핵 공격의 정확성과 파괴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어 군은 이번엔 예민하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두려워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은 김정은이 강조하고 있는 '전쟁 준비'와 직결된 군사적 수단"이라며 “핵무기 운용에 활용될 수 있어 한국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북한 위성 발사와 관련 “발사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발사의 성공 여부는 검증 중”이라고 밝혔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