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유연화 대신 '주4.5일제' 띄우는 야당…문제는 '임금 유지'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야당에선 ‘주4.5일제’를 띄우며 맞대응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4.5일제를 통한 직접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다른 나라는 주4일제를 향해 가는데, 다시 노동시간을 늘린다는 것이 옳은 일이겠나. 주4.5일제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지금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시대다. 노동시간을 늘려서 노동 총량을 늘려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은 이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4.5일제는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4.5일제를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은 최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월1회 주4일제를, SK텔레콤 등은 격주 주4일제를 실시하는 등 대기업도 동참하는 추세다. 포스코 노사도 최근 임단협을 통해 ‘격주 주4일 근무’에 합의했다. 지난해부터 주4일제를 전격 도입한 기업교육 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4일제를 단순히 복지나 복리후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접근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 여건에 따른 자율적 도입이 아닌 법을 통한 제도화는 전혀 다른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시간을 일괄 단축했을 때 ‘임금 유지’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주4일제(주4.5일제 포함) 등 단축 근로 경험이 없는 직장인 604명에게 물어보니, 97%가 ‘주4일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가 줄어든다’는 전제가 붙을 경우에 찬성 비율은 17.9%로 쪼그라들고, 반대 비율이 63.1%로 급증했다. 근로자들도 어디까지나 급여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있을 때 단축 근로에 찬성하는 것이다.
경영계도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도입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특히 건설업·조선업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근로시간이 곧 생산성으로 직결되는 만큼 일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킨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아직 야당이 구체적인 단축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이 발의한 ‘과로사 예방 및 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주40시간에서 주36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단축 근로를 법으로 강제하거나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장기적으로 총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법의 경직성을 고려했을 때 강제적으로 주4일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 영역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 협의를 통해 산업·직군에 맞는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고,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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