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튀긴 치킨, 바삭해요”…학교에 처음 도입된 '급식로봇'
22일 오전 11시 서울 숭곡중 급식실. 점심 준비로 분주한 조리원들 사이로 키가 큰 로봇 네 대가 눈에 띄었다. 지난 8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설치된 급식 조리로봇이다.
로봇의 이름은 볶음 요리를 하는 '숭고기'와 '숭뽀끔', 튀김을 맡는 '숭바삭', 국·탕·찌개를 담당하는 '숭국이'다. 숭곡중 학생들이 공모를 통해 지어준 이름이다. 공장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로봇들은 180도 기름이 끓는 튀김기, 야채가 가득 담긴 솥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숭바삭의 임무는 치킨 720인분 만들기였다. 조리원이 밀가루 옷을 입힌 닭고기를 케이지에 2kg씩 담아 놓으면, 숭바삭이 팔을 뻗어 케이지를 튀김기에 넣었다. 튀김기에서 꺼낸 케이지를 리드미컬하게 흔들며 기름기를 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숭곡중 학생들의 식판에 올라간 소고기국, 볶은 김치, 야채 볶음밥 역시 로봇 4형제가 준비한 메뉴였다.
“튀김 시 조리흄 노출, 122분→9분 확 줄었다”
시교육청은 로봇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급식조리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앞서 3월 교육부가 14개 교육청 급식 종사자를 조사한 결과, 2만4065명 중 양성 또는 경계성 폐 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인 종사자가 6773명(28.2%)이었고,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종사자도 31명(0.13%)이었다. 원인으로는 일명 ‘요리 매연’으로 불리는 유독 증기 ‘조리흄(cooking oil fume)’ 등이 꼽힌다. 안동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교육사업부장은 “로봇 도입으로 조리흄 평균 노출 시간이 볶음은 95분에서 38분으로, 튀김은 122분에서 9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력난 겪는 급식조리원…“사람 없는 곳부터 로봇 도입”
조리 로봇을 경험한 학교 관계자들은 로봇 설치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 숭곡중 영양교사는 “과거 조리사들이 볶음, 튀김 요리를 하면 온열질환에 시달려서 집에 가서 밥을 못 먹을 정도였다”며 “확실히 노동강도 경감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욱 부장은 “조리사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거나 하는 단점도 로봇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에 조희연 교육감은 “이미 서울 내 급식조리원이 300~400명 정도 부족했던 상황에서 도입된 로봇이다. 사람이 없는 곳부터 설치하면 일자리를 뺏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 학교 3학년 한다희 양은 “8월 전보다 급식이 더 맛있어 진 것 같다. 언제 먹어도 바삭해서 맛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조형찬 군은 “로봇이 삶에 더 가까워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게 됐다. 로봇에 관심이 많아지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로봇 위한 레시, 안전성 우려 등 선결 과제도
로봇의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도 있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안전성 논란으로 내년 예산에 조리 로봇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은 안전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에 내년도 추가 예산 편성 시에는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각 학교 상황과 조리 시스템 구축 속도에 따라 로봇 도입을 추가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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