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3개 이상' 743조 사상최대…그나마 이런 빚도 못 낸다, 왜

김남준 2023. 11. 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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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높은 금리와 물가 부담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거나, 추가로 빚을 내 기존 빚을 갚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사들이 서민금융 공급을 줄이고 있는 점도 이들에게 타격이 됐다.


자영업 다중채무 사상 최대


박경민 기자
2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은행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모든 금융권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743조9000억원)은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원)과 비교해 6.2% 급증했다. 사상 최대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같은 기간 3.2% 증가한 177만8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한은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로 확인한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했다. 이 중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합이 3개 이상이면 다중채무자로 집계했다.

통상 3개 이상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의 최대치를 모두 끌어 쓴 사람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한계까지 몰렸다는 의미다. 이들의 대출은 대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가 늘고,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13조2000억원)과 연체율(1.78%)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1년 전 연체액(5조2000억원)과 연체율(0.75%)과 비교해서, 각각 153%·137% 급증했다.


코로나로 급증한 빚, 부채 폭탄으로


박경민 기자
자영업자들이 빚의 늪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영업이 일부 제한되자,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손해를 막으면서 채무가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700조였지만, 코로나19를 겪고 난 이후인 지난해 1분기에는 960조7000억원으로 37.2% 급증했다. 올해 1분기(1033조7000억원)에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채무 부담이 급증했다.


카드론 돌려막기도 47.5% 급증


박경민 기자
이는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1조101억원)과 비교해 47.5% 급증한 수치다. 전달인 9월(1조4014억원)과 비교하면 6.3% 늘었다.

카드론 대환대출이란 기존에 빌린 카드론을 상환할 수 없을 때, 다른 카드론을 받아 이를 갚는 것을 의미한다. 연체로 잡히진 않지만, 금리가 더 올라가고 신용등급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무 상환이 정말 힘들 때 쓰는 방법이다.


서민 대출은 사실상 개점휴업


그나마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하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서민 금융 공급액이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현행법은 대출 최고 금리(20%)를 제한하고 있어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제2금융권 등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대출하는 역(逆)마진 상황에 빠진다. 이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는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공급을 줄인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1조4235억원으로 1년 전(3조1436억원)과 비교해 5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79→27곳)와 공급 건수(19만4836건→8만6025건)도 모두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대부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NICE평가정보 기준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8월 말 기준 신규대출은 9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066억원)의 30% 수준이다.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2만4955명→1만2957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소득층 채무 지원 필요해”


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영업 다중채무나 카드론 대환대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 채무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에 맞게 이들이 실제 빚을 갚을 수 있는 합리적 수준으로 채무를 조정하거나, 보다 낮은 금리의 정책금융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정부 지원책이 끊기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오면서 서민 채무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전 재정을 유지하되, 일부 저소득층에 한정한 정부 지원과 서민정책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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