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립된 민주당... 양당만 남으면, 가난해진다"

박소희 2023. 11.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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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철민 "빨리 '선거제 퇴행 없다' 선언해야...우리 바닥 허물면 어떤 전략이어도 패배"

[박소희, 유성호 기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될 선거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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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요구 기자회견, 11월 20일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토론회, 11월 21일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수다. '선거제도 퇴행을 막아야 한다'며 연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어느새 당 현역 의원 중 약 3분의 1 가까이로 늘어났다. 

여기에 모두 참여한 장철민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깜짝 놀랐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의원들이 다 모여있다"며 "강성 친명(이재명)이라는 분도 계시고, (강성 지지자들에게) 비판받는 분도 계시고, 엄청 다양한 분들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면 안 되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선거제 문제가 친명/비명 갈등을 극복하는 의제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사안이 계파를 넘어선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꿈이자 정체성이다. 2012년 7급으로 국회생활을 시작, 2019~2020년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였던 장 의원은 민주당이 채이배 의원 감금사태, 여야 무력 충돌 등 온갖 일을 겪었어도, 비록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반영한 탓에 '준(準)'자가 붙었어도, 2020년 총선에선 비례대표 30석에만 적용했어도, 민주당이 '전체 의석을 득표율대로 배분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수한 이유 또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연동형을 포기,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은 지역구 의석대로 차지하고, 비례대표 47석 전체도 나눠 갖는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면 '가치'만 잃는 게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 견제'는 물론 양극화·불평등 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하루라도 빨리 '선거제 퇴행 없다'고 정리해야 한다"며 "늦어질수록 더 큰 승리로 가기 위한 시도조차 못한 채 무질서한 상황으로 가버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치개혁' 외치던 민주당서 '개악' 우려 나온 이유
 
▲ 장철민 "빨리 '선거제 퇴행 없다' 선언해야...우리 바닥 허물면 어떤 전략이어도 패배" ⓒ 유성호

- 2019년 우여곡절 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실무자였는데 민주당이 그토록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개혁. 비례성 강화는 민주당의 굉장히 오래된 목표다. 또 그때는 민주당이 과반을 이루진 못했으니까 진보개혁과제를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다자연대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선거제 퇴행을 막자는 의원들도, 2019년 패스트트랙 사태를 겪었던 이유도, (선거제 개혁을 꿈꾼) 노무현 대통령의 목적도 달라진 적은 없다. '비례성을 담보하는 선거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복잡한 다원성이 의회 정치 안에서 제대로 발현되어야 사회가 나아진다'는 믿음이다."

- 이후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졌기에 '병립형 회귀 반대'를 말하고 있는가.

"하아... 사실 뭐가 달라졌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위성정당을 또 만들 수는 없지 않냐'는 생각이 지도부든, 당이든 있지 않나. 그러면 연동형 비례제에선 당이 비례대표 공천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더해 우리가 다수당, 특히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현실적인 목표들... 이런 부분에 대한 위기감을 지도부가 많이 느끼는 것 같다."

- 연동형을 유지한다면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 테고, 이들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제 퇴행을 막자고 모인 의원들 중에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목표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정치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우리가 다수당이 돼서 윤석열 정부의 만행스러운 국정운영을 막는 것과 정치 자체가 나아지는 것. 

정치도 바꾸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반윤연대를 제대로 탄생시켜서 윤석열 정부 견제를 확실하게 하는 게 가장 큰 총선 목표가 되어야지, 지금부터 정치개혁을 포기하고 가면 남는 게 없다. 또 병립형으로 돌아갈 경우 진보의 큰 울타리 안에 계신 분들이 민주당에게 큰 실망감과 비판의식을 갖고 총선을 치르게 된다. 그러면 '큰 승리'가 가능할까. '과반을 잃으면 실패'라는 말은 억지일 수도 있다. 숫자를 떠나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가 정치개혁도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에게 공간을 주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대다수 국민께 할 말이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민주당의 존재 가치를 알아준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남으면 우리가 가난해진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줄어든다. 다양한 정당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의회에 전달해야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지고 당내 다양성도 커진다."

- '양당만 남으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줄어든다'는 말은 본인 경험인가.

"생활동반자법 얘기를 하고 싶다. 1인가구도 늘고 그 중에 고령층이 많은데 고독사, 노인자살 등 문제가 다양하지만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입법 시도도 없었다. (양당 대결 중심인) 국회 구조가 경제, 부동산 같은 큰 의제가 아니면 잘 드러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 삶에서 굉장히 소중한 의제들은 누군가 끊임없이 제기해줘야 한다. 외로움, 삶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도 누군가 계속 끌고 가줘야 한다. 그런데 21대 국회를 봐서 알겠지만, 이런 논의들은 참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제 퇴행 없다' 하면, 비로소 정치가 시작된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의원.
ⓒ 유성호
 
- 그러나 병립형 회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연동형이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서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스스로 제도를 훼손시키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한다.

"오만했다. '우리만 옳다'는 생각이 아직도 강력하다. (연대 가능한 다른 세력들에게) 공간을 내줘야 한다. 어떤 분들은 그 안에 '조국신당', '강경파 정당'만 남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지만 그런 당들의 공간도 있어야 된다. 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작동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거기서 시작되는 새로운 의제, 새로운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서 이 거대 정당들도 변화하고 혁신하는 거지, 양당만 있으면 자극도 느낄 수 없다. 그냥 '우리만 옳다'로 있는 거다."

- 당 안에서 실제로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은 어느 정도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공론화해서 의원총회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 저는 위성정당 금지라도 빨리 토론을 해서 당론을 모아봤으면 좋겠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다."

- 9월 의총에서 선거제를 논의하긴 했는데.

"그때만 해도 병립형 회귀에 대한 위기감이 크진 않았다. 당에서도 '최소 60석 이상의 비례 의석을 확보하자'라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 꼭 연동형을 주장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비례 의석이 60석 이상이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다. 진보정당 진입이든, 지역주의 타파든 지금의 47석 연동형 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가능성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지역구 의석 253개 중 하나도 못 줄이는 게 현실이 됐다. 이러면 권역별 비례대표제고 뭐고 불가능하다. (병립형 회귀를 우려하는 의원들은) '퇴행이라도 막아야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거다."

- 연동형을 유지하더라도 의석 수가 변함없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반대하는가.

"반대한다. 세 개 권역으로 하든, 네 개 하든 진보정당은 5석, 아니 2~3석도 못 얻는다. 병립형 회귀와 다를 바 없는 결과다. 물론 지역에 대한 배려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치개혁했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다."

- 20일 토론회에서 우원식 의원은 '민주당은 지역구, 진보정당들은 비례대표'로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연합정치를 복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원식 의원의 안을 포함해 다양한 시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쨌든 '선거제를 퇴행시키지 않는다'는 당의 명확한 의사가 표출되면 '현행 제도 유지라면 험지에서 독립운동하듯 정치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나, 진보정당은 어떻게 같이 가야 하나, 정말로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연대는 어떻게 구성해나갈 것인가' 등등 모든 정치 문제들 속에서 온갖 종류의 상상력이 나올 테고, 비로소 정치가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간과 시간을 다 열어주려면 우리 당이 하루라도 빨리 '선거제 퇴행 없다. 병립형 회귀 안 한다. 위성정당 안 만든다'고 정리해야 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큰 승리로 가기 위한 시도조차 못한 채 무질서한 상황으로 가버린다."

"어마어마한 퇴행... 양당제서 의사소통 줄었기 때문"
 
 이탄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규, 김두관, 민형배, 윤준병, 이탄희 의원.
ⓒ 남소연
 
- 20대 국회 당시 123석이었던 민주당 의석 수는 21대 국회에선 180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으로 늘어났고 법안도 많이 처리했다. 하지만 '오만·독주'라는 비판과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나'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왜 그럴까.

"의사소통의 양이 다르다. 제가 원내대표 보좌진을 할 때는 원내정당이 5개 정도였다. 국회에 플레이어가 둘이면 의사소통이 한 번으로 끝난다. 셋이면 몇 배가 늘고, 네다섯이면 똑같은 이야기를 정말 주구장창해야 한다. (협상의)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법이 통과됐을 때 정당성도 더 부여된다. 또 (의사소통에) 참여 안 하는 쪽은 고립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다수당을 점하면서 다들 민주당의 변화에만 주목하지만 소수당인 국민의힘 행태가 더 심하게 변했다. 회의 거부하고, 그냥 합의처리할 수 있는 내용도 '오만 프레임 씌워야 하니까 너희들이 혼자 해' 이런 방식으로 국회 운영을 해왔던 것 아닌가. 결국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법안 숫자는 더 많이 통과시켰는지 몰라도, 민주적 정치과정과 그 결과물의 정당성을 확보하진 못했다. 그게 잘 안 됐으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 어마어마한 퇴행을 겪고 있다. 

20대 국회가 좋았다거나 그때로 돌아가야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더 나은 정당정치, 의회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몇 주 동안 나타날 선거제 협상과 결론이 엄청 중요하다."

- 민주당이 과거보다 더 고립됐다고 평가하나.

"고립됐다. 대선 이전에도 정의당이나 다른 정당들에게 더 많은 연대를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민주당이 10개 하고 싶으면 다른 정당들은 어떤 걸 고민하는지 물어서 끊임없이 진보진영 내에서 의제들을 포섭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우리의 게으름도 있고, 아무래도 우리가 권력을 갖고 있으니 진보정당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렇더라도 공간을 내주고, 이들의 의제를 숙성해 나가도록 도왔다면 정치구도도 달라지고 대선도 패배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22대 국회를 위해서라도, 다음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도 진보진영 내에 민주당만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다시금 진보진영과 역사의 진보를 믿는 시민들의 울타리를 쳐야 한다."

- 이 상태에서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더 고립된다. 당내 다양성도 굉장히 줄어든다. 총선이 끝나면 모든 걸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분명히 상실되는 어떤 것들을 잡아주고, 이런 게 필요하다고 자꾸 제기해주는 이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당만 남는다? 그냥 윤석열 정부와 윤석열 일가와 국민의힘, 이 모두를 무너뜨리기 위한 싸움만 하게 된다. '저쪽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우리의 승리가 올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에만 충실한. 그게 바로 정치양극화이고 갈등만 남아있는 지금의 정치이지 않나."

"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순간, 무슨 전략이 가능한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의원.
ⓒ 유성호
 
- 이미 '연합정치'를 말하면서도 '반윤석열 연대'만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그것만으로 20~30%에 달하는 무당층을 설득할 수 있을까도 싶다.

"민주당의 문제이기도 하고, 진보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대선에 이겼으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가장 기본 화두, 불평등 문제로 돌아갔을 것 같더라. 코로나로 인해서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우리가 사회계층의 어마어마한 고착화와 경제 위기 속에서 더 가난해지는 국민의 삶 이야기를 모아내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그래서 빨리 선거제도 문제를 정리하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가장 근본적으로 해야 하는 불평등 문제에 힘을 모으고 새로운 가치도 새롭게 등장시켜야 한다. 내년 총선을 민주당과 진보진영 전체가 뭔가 무뎌졌고, 느려진 것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고, 다양한 상상력과 정치적 움직임을 탄생시켜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수년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간을 만들 수만 있다면 총선도 당연히 이기고 정치도 조금 나아질 텐데라는 아주 희망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

- 위성정당 방지법이 우선 과제인데 국민의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계속 협상이 안 되면 민주당이 단독처리해야 할까.

"(단독처리는)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다시 만든다? 진짜로 선거에서 진다. 아무리 고민이 있어도 가치를 훼손하고 우리 바닥을 허물면 어떤 전략이어도 무조건 진다. 병립형 회귀가 그렇다. 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순간 무슨 전략이 가능한가. 무조건 지는 전략만 남는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이기겠나. 정치개혁을 포기하는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아'가 된다. 지도부가 그런 유혹에 절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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