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마비' 원인도 모르는데…영국 출장 떠난 장관[현장에서]
정부 행정망이 마비된 지 엿새가 되도록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복구한 전산망은 22일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22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발생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나도록 원인은 규명되지 안고 있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장비가 낡은 것도 아니고 정기점검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22일 고기동 행안부 차관에게 전산망 마비 사태 원인을 보고받은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네트워크 운영체계(OS) 패치 업데이트를 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어떤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밝혔지만, 그 장비 내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일으켰는지는 조금 더 면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 21일부터 영국 출장
원인을 모르니 당연히 재발 방지책도 안 나왔다. 또 장비 오류는 천재(天災)라손 치더라도, 장비 오류가 전산망 마비 사태까지 이어진 과정은 인재(人災)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먹통 사태를 빚은 행정 전산망은 동일한 장비 2개로 이중 장치가 돼 있다. 즉, 본 장비(A1)에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비상용 장비(A2)가 별도로 존재한다. 하지만 비상용 장비는 전산망 마비를 막지 못했다.
손규식 한양사이버대 해킹보안학과 교수는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패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새로운 패치를 동시다발적으로 까는 행위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통상 순차적으로 진행한 뒤 안정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주민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발표도 없었고, 사회 재난이 발생하면 발송하는 재난 문자도 없었다. 심지어 완전히 복구했다던 22일 주민등록 시스템이 약 20분간 멈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디지털 재난에 대응할 정부 차원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해킹·테러 발생 시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용혜인 “초지일관 무책임” 비판
이런 가운데 이상민 장관은 영국 출장을 떠났다. 행정안전부는 이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1일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고 22일 밝혔다. 이 장관은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 런던에서 ‘디지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게 주요 순방 목적이라고 한다.
행안부는 “원래 20일 비행기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행정망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하면서 출국을 하루 늦췄다. 영국 정부 측에서 이례적으로 이상민 장관을 지명해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부득이하게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부터 포르투갈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 디지털 정부 성과를 홍보하던 중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18일 서둘러 귀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다른 장관도 많은데 이 장관이 꼭 영국 순방에 따라가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초지일관 무책임”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오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이날 국회는 행정망 마비 사태를 정부에 질의할 예정이다. 행정망 마비로 불편을 겪은 국민은 주무부처 장관 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장관이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행정망이 반드시 안정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가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도 정부에 믿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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