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50명 석방, 전투 최소 나흘 멈춘다…이·하마스, 46일 만에 휴전

박형수, 문상혁 2023. 11. 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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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각은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50여 명의 석방을 보장받는 대가로 최소 4일간 휴전하는 협상안을 전격 승인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이다. 일각에선 ‘영구 휴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이스라엘 각료 회의 결과, 장관들이 인질 석방 및 임시 휴전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인질을 귀환시키겠다고 약속했으며, 오늘 이 목표 달성의 첫 단계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기드온 사르 국가통합 장관과 이스라엘 방위군(IDF)·보안군 등이 휴전안에 전격 지지를 표명하면서 타결에 급물살을 탔다.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을 포함해 초국수주의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힘) 구성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국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사람들의 사진이 표시된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 50명, 4일간 단계적 석방


이스라엘 총리실의 성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 중 50명을 4일에 걸쳐 하루 12~13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게 된다. 우선 석방 대상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날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30명의 어린이와 8명의 아이 엄마, 또다른 여성 12명이 석방될 것이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이중 3명이 미국인이라고 전했다.

현재 하마스는 지난달 납치한 인질 240명 중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210명을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인질은 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람 지하드가 붙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인질 석방은 이르면 23일로 전망했다.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은 최소 4일의 휴전을 보장했다. 휴전 기간은 하마스가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연장된다.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 동안 가자지구 전역에서 누구도 공격하거나 체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자국 내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을 석방하는 ‘맞교환’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휴전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 150명이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연료를 포함해 상당량의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을 반입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군사 목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자 지구에 대한 연료·전력·생필품 반입을 차단해왔다.

한 여성이 21일(현지시간)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인질로 잡혀 있는 아디나 모셰(72세)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쟁 46일만에 첫 휴전…美 안도의 한숨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당국은 이번 협정이 이스라엘이 약 230만 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시작한 뒤, 4분의 3 이상이 집을 잃고 민간인 1만3300명이 사망한 뒤 도출된 첫번째 휴전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휴전안 타결로 미국은 자국민 보호와 외교면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됐다. 특히 1차 석방 대상에 3세 여아를 포함한 미국인 3명이 포함돼 자국민 보호 측면에서 국민에게 성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오늘의 합의는 미국인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미 행정부 내 많은 헌신적인 인사들의 지칠 줄 모르는 외교와 투지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당시 미국이 제안한 교전 중단 구상은 이번 합의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이번 휴전 타결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실제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을 진척을 도왔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바이든(左), 네타냐후(右) 연합뉴스

카타르 “영구 휴전으로 이어지길 희망”


한편 미국과 함께 중재에 나섰던 카타르에선 '영구 휴전'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카타르의 휴전 회담 수석대표인 모하메드 알쿨라이피 외무장관은 이날 “이번 협상이 더 큰 합의와 영구적인 휴전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이번 협상안으로 일부 인질만 우선 풀려나면서, 인질 가족들 사이에 내분이 생길 수 있고 이스라엘 내에서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 가족들이 ‘영구 휴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스라엘 내 극우 강경파 사이에선 이번 휴전이 이스라엘군의 전투 태세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수세에 몰렸던 하마스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휴전안은) 재앙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휴전안 통과에) 매우 화가 난다”면서 “하마스는 시간을 벌었고, 연료까지 얻었다. 내각은 망상에 빠져 (이번 전쟁을) 나쁜 길로 이끄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인질 약 240명의 가족과 친구들은 지난 21일 텔아비브에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네타냐후 “목표 이루기까지 전쟁 지속”


다만 이번 교전 중지가 영구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에 따른 휴전 기한이 지나면 ‘섬멸’을 목표로 대(對) 하마스 군사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투표 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쟁 중”이라며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조직과 통치역량을 완전히 해체하고 숨은 저항세력까지 제거한 뒤, 하마스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새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혀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휴전이 끝나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은 완전히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2일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이 공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휴전 협정 타결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손가락이 여전히 방아쇠를 당기고 있으며 우리의 전사들은 점령군을 물리치기 위해 계속 경계 중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질·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던 21일에도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 지상전이 격렬하게 이어졌다. 이날 IDF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를 포위하며 하마스 무장 대원 수십명을 사살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인 와파는 이스라엘이 자발리아 북부의 팔레스타인 최대 난민촌까지 에워쌌다고 전했다.

IDF는 20일 성명을 통해 가자 북부 주문들에게 자발리아·알다라지 등에서 긴급 대피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가자 남부에서도 지상전도 본격화됐다. 하마스 계열의 한 매체는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한 아파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0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브릭스(BRICS)는 21일 특별 화상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쟁 원인을 이스라엘과 미국에 돌리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모든 사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 역할을 독점하려던 미국의 욕망 때문”이라며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오랜 기간 무시당한 탓”이라 강조했다. 이어 ‘두 국가 방안’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동 선언문은 채택되지 않았다.

박형수·문상혁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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