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폭로, 지치는 시청자... '나는 솔로'가 위태롭다

김종성 2023. 11. 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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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후로도 논란 계속... 제작진도 책임의식 가지고 대응해야

[김종성 기자]

 SBS Plus·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SBS Plus·ENA
 
"16기에 에너지를 많이 썼다. 지금 조금 지친 상태다. <나는 솔로> 하차했고, 새로운 덕질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이른바 '탈덕' 선언. SBS Plus·ENA 예능 <나는 솔로>의 팬을 자처했던 MBC 금토 드라마 <연인>의 안은진 얘기다. 안은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6기에 에너지를 많이 썼"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나는 솔로> 제작진이 추진했던 16기 라이브 방송을 챙겨본 후 제법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아마도 열렬한 마음으로 <나는 솔로> 16기를 지켜봤던 시청자들도 같은 심정 아닐까. 

도대체 16기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물론 16기가 출연한 방송은 10월 4일부로 끝이 났다. 17기가 등장한 지 한 달 반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솔로>는 16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돌싱 특집이라 워낙 화제성이 높기도 했고, 출연자들의 개성이 강해서 주목받았기도 했지만, 역시 출연자 간의 첨예했던 갈등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는 게 컸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SNS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난타전의 전 과정을 실시간 중계했다. 초반 양상은 영숙과 옥순이 주도했다. 양측은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는 등 서로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동기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16기 라이브 방송에 옥순이 출연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자극적으로 번졌다. 결국 옥순이 영숙에 대한 고소를 예고했지만, 둘은 어느 순간 극적으로 화해했다. 

끝나지 않는 폭로와 논란
 
 SBS Plus·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SBS Plus·ENA
 
이쯤에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상철의 사생활 논란으로 불길이 번졌다. MBN <돌싱글즈3>에 출연했던 변혜진은 15일 유튜브 채널 '뉴스잼'을 통해 상철과 교제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상철이 자신을 만나는 중에 다른 여성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 폭로의 자리에는 영철도 함께 했는데, 영철은 상철이 자신을 핑계삼아 여성들을 만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20일 영숙은 "늙은 저질 미국놈아 순진한 척 그만하"라며, 상철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거기에는 "샤워할때 벗고했어?", "영숙이를 정복해보고 싶다" 등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21일, 영숙은 "많은 한국 여성들이 속임에 넘어가 피해를 보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상철은 '사실무근', '대부분 짜깁기'라고 반박했고, "저는 16기 영숙, 영철, 돌싱글즈 변혜진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목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들의 진흙탕 싸움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도 시청자들은 듣기 싫어도 저들의 소식을 계속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방송 이후의 일이라 제작진은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하지만 <나는 솔로>를 향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작진이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출연자들을 논란의 중심에 떠밀어 비난에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연애 리얼리티'라는 목표와 전혀 상관없는 장면들, 출연자들이 들키고 싶지 않을 모습까지 여과없이 공개했다. 

출연자 인터뷰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제작진은 술에 거나하게 취한 출연자를 한 명씩 따로 불러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때 취기가 오른 출연자들은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거센 발언을 쏟아낸다. '솔직함'을 핑계로 하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가 될 법한 발언들도 가감없이 방송된다. 매번 이런 식이라 출연자 보호가 전혀 되지 않는다. 언제나 매를 맞는 건 출연진이다. 

남규홍 PD는 악플 테러를 당하는 출연진에게 "담대하게 견디시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있다.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을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화제가 된 출연자는 다시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에 출연시켜 시청자 입장에서 '잊을 기회'를 박탈한 것도 결국 남규홍 PD이기 때문이다. 

9년 전의 아찔한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남규홍 PD가 연출했던 SBS <짝>은 촬영 중 출연자 사망이라는 사고가 발생하며 폐지됐다. 물론 수사 결과, 고인의 개인적 사정으로 결론났지만, 당시 사망 원인이 강압적인 촬영 때문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24시간 녹화되는 만큼 출연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나는 솔로>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제작진은 출연자를 앞세워 시청률 사냥에 여념이 없고, 아무런 보호 없이 전면에 내걸린 출연자는 살벌하게 물어뜯기고 있다. 그저 "담대하게 견디"면 될 일일까. 많은 시청자들이 안은진처럼 지쳐가고 있다. <나는 솔로> 제작진은 이 '탈덕'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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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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