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단체 요가 하다가 얻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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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한 기자]
회사에서 전 사원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느 교육과는 다르게 교육장에 요가 매트가 깔려 있었고 몸을 움직이고 느끼는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특정 자세를 통해 몸 상태를 체크하고 각 체크항목이 시사하는 바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의 경우, 눈 감고 한 다리 서기로 가늠한 뇌의 나이는 20대. 여러 자세로 측정한 유연성은 30대였다.
▲ 제각각인 사람의 몸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선 자주 움직이는 것만이 답이다. |
ⓒ Pixabay |
"자주 움직이세요. 1분이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이 가능합니다."
"이것도 안 하시잖아요? 그러면 딱 10년 일찍 병원 가실 거예요."
손깍지 끼고 등 뒤로 들어올리기, 발뒤꿈치 들어올리기 등 익히 알고 있던 동작들을 함께 하며, 강사님은 하소연에 가까울 정도로 잦은 움직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꾸만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려는 우리의 몸을 자주 자주 리셋(reset)해야 한다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리셋을 위해 자주 움직인다고 한다. 틈만 나면 쭉쭉이를 하고 온 몸을 털어댄다. 이게 리셋 활동이다. 몇 시간이고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한 자세로 있을 수 있는 우직한(?) 사람도 그들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 이상으로 유익한 교육이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특히, 놀라운 경험을 통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정말이지 크나큰 수확이었다.
▲ 손가락 벌리기 상대가 만든 O 모양의 손가락을 검지를 이용해 서서히 벌려야 한다. |
ⓒ 남희한 |
"자, 두 분이서 마주 보시고 한 분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O 모양을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한 분은 양손의 검지를 이용해 상대방이 만든 O 모양을 서서히 벌려 주시면 됩니다."
부들부들. 손가락을 넣으려는데 O 모양을 만든 상대방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뭔가 대단한 각오가 되어 있는 듯한 손가락. 가벼웠던 마음에 긴장이 서렸다. 웃자고 하는 일에 결국 죽자고 달려드는 남자들의 순수함이 시작되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어지든 떨어지지 않든 상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만 알면 됩니다~"
강사님의 설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들대는 손들. 이게 뭐라고 모두가 안간힘을 썼다. 번갈아 서로의 힘을 확인한 사람들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다. 이런, 순수한 사람들 같으니.
치기어린 남자들의 순수함(?)에 의무적으로 감탄사를 던진 강사님은 둘 중 한 사람의 눈을 감게 하고 진행을 이어갔다.
"자, 눈을 뜨고 있는 분은 스크린에 떠 있는 문구 '내가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난 할 수 없어!'를 마음속으로 열 번 이상 읊조려주세요."
"...... 다 되셨으면 아까처럼 손가락을 O 모양으로 만들어 주시고, 파트너 분들은 눈을 뜨고 다시 손가락을 서서히 당겨주세요."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이번에야말로 떨어뜨려주겠다는 일념으로 서서히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뚝.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도 전에 손가락이 너무나 쉽게 떨어졌다. 순간 당황한 내가 고개를 들었고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의아해하는 나와 마찬가지로 상대 역시 눈빛에 의아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하하... 신기하네요..."
허탈하게 웃는 남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강사님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자,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앞서 눈을 감았던 분들은 다시 눈 감아 주시고 다른 분들은 스크린에 떠 있는 문구 '난 할 수 있다'를 10번 이상 읊조려주세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상대의 손가락을 떨어뜨리기 위해 힘을 주는데, 허허... 이번에는 또 떨어지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부들거려보았지만 손가락은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마주친 상대의 눈빛에는 경이감이 감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힘없이 벌어지고 마는 손가락 |
ⓒ 남희한 |
급격한 감정의 변화는 많은 경우 인식의 변화를 안겨 준다. 그러니까, 놀라움과 감탄은 다른 말로 깨달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말과 생각의 힘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깨달은 순간이다.
큰 깨달음에 손가락을 O 모양으로 만들어 가만히 내려다 봤다. 응? 그런데 가만히 보니 손모양이 우리가 흔히 만들던 OK 사인이다. 아... 어떤 외압에도 OK 하려면 긍정의 말이 필요했던 거였다.
▲ O모양으로 만든 손 다시 보니, OK 사인이다. |
ⓒ 남희한 |
OK한 상황도 부정적인 말에 OK하지 않게 되었고 긍정적인 말에 상황은 다시 OK해졌다.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언제나 긍정적인 말과 생각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해댔는지를 생각하면, 그간 힘들었던 상황이 다소 이해된다.
Are you OK? OK이고 싶은 자, 긍정의 말을 뱉어라. 소리를 낼 필요도 없다. 한 연구에서 뇌는 밖으로 내뱉는 말과 속으로 읊조리는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니, 혼자 되뇌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안 할 이유가 없다.
'할 수 있다.'
'괜찮다.'
'별 것 아니다.'
혹시 지금 괜찮지 않다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밑져야 본전인 이 말을 되뇌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강권한다. 저도 모르게 틀어지고 꼬이는 삶을 바로 세우는 데에 이마만한 리셋 활동은 없을 듯하다.
잦은 리셋 활동이 필요하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이를 통해 자꾸만 뒤틀어지고 마는 인생의 축을 지속적으로 펼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잦은 혼잣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실, 이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자, 이제 다 읽었으면 일어나서 쭉쭉이 아니, 스트레칭과 함께 긍정의 말을 중얼거려 보자. 칼퇴할 수 있다! 칼퇴할 수 있다! 칼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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