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나오는 '탄핵론'... 차라리 이것은 어떤가

박도 2023. 11. 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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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 칼럼]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에서 '내각책임제'로 바꾸자

[박도 기자]

'박도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정치적인 동물이다"라고 했다. 최첨단 산업 사회인 오늘날은 강원도 산골에서 사는 한 서생의 일상조차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영역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리하여 산골 서생이 세상사를 한 발짝 떨어져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곧이곧대로 전하고 싶다.

앞으로 써내려갈 글엔 신변잡담에서부터 이웃의 이야기, 더 나아가 나라와 겨레를 위한 우국충정까지 담고자 한다. 옛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과 같은 마음가짐과 좌고우면하지 않는 필치로 가능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세대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골라 나눌 계획이다.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질책을 바란다. - 기자 말

푸른 수의 전직 대통령들
 
 푸른 수의를 입은 두 전직 대통령. 오른쪽부터 전두환, 노태우씨.
ⓒ 국가 기록원
 
1945년 해방둥이인 나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열두 명의 대통령과 내각책임제 장면 총리 시절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았다. 그리고 현재는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작가로서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 시절까지 그들의 일생을 조명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 그 빛과 그림자>(2023)라는 책을 냈다. 원고를 쓰면서 불현듯 염려가 일었다. '후세에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분이 몇 분이나 될는가' 하는 걱정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부정선거로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이, 권력 최 측근 부하의 총탄으로 비명에 세상을 떠난 이, 총구가 두려워 제 발로 임기 도중에 스스로 알아서 물러난 이, 부당하게 권력을 잡아 퇴임 후 부정축재 혐의로 푸른 수의를 입고 교도소에 간 이, 퇴임 후 고향 집 뒷산으로 올라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이, 짧은 헌정사에 제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탄핵 당해 물러난 이, 가족의 비리 혐의로 대국민사과를 한 이 등을 봐왔다.

도긴개긴

전임 대통령들의 이런 뒷모습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 형태에서 현행 대통령제가 올바른 제도인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숙고해 볼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내가 배우고 전해 듣기로는 1948년 제헌헌법 초안에는 내각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었던 이승만의 반대가 있었고, 국회 상정 전날 대통령제로 수정됐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대통령제를 고수해오다가 1960년 4월 혁명 후 약 9개월간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내각책임제 정부 형태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 이후 내각책임제는 정국의 혼란을 도모한다는 폐단 여론으로 부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통령제 70여 년을 넘긴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제 등 다른 정부 형태를 시도해봄 직도 하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전날이었다. 마침 그날 나는 원주 중앙시장의 한 가게에 갔더니 평소 낯익은 주인이 허물없이 물었다.

"선생님! 투표할 후보 정하셨나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든 후,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투표할 분을 정하셨습니까?"

그도 나처럼 고개를 흔든 뒤 혼잣말처럼 뱉었다.

"여야 두 후보가 '도긴개긴'으로, 도무지 찍을 사람이 없어요."

그 가게주인의 다음 말은 차마 이 기사에 옮기지 않겠다.
 
▲ "윤석열 거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노조법 2.3조, 방송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요즘 언론보도에 따르면, 거리에서는 또다시 '탄핵'이란 말이 등장하고 있나 보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우리 정치권, 더 나아가 대한민국 헌정사의 대단한 불행사태다.

만일 대한민국 정부가 내각제 정부 형태라면 국민의 신임을 잃은 정권은 총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용히 교체시키면 될 일이다. 이 나라에 효능감 있는 정치인이 나타나 국리민복의 좋은 정치를 계속 한다면 그 정권의 지도자는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장기 집권이 반드시 '독재' 따위로 평가절하 받을 일은 아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사례를 보라.  

반대로 형편 없는 수준의 하수 정치인이나 세상사에 아둔한 지도자가 등장했을 경우엔 국민 발의 등으로 법률에 따라 의회를 해산해 쉽고 자엽스럽게 정권을 바꿀 수도 있다.
 
 주미대사 시절 장면 총리.
ⓒ 박도/NARA
 
국민은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뽑을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당시보다 경제력도 커졌고, 국민의 교육 및 정치 수준도 향상됐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의 대부분은 퇴임 후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상당수는 재임 때의 부적절한 통치 행위와 친인척 비리 등으로 교도소에 가거나, 국민들의 존경과 지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이런 불행의 원인 중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갖는 권력 독점으로 인한 정치권력 제도상의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임기제 대통령으로서 장기 집권에 대한 유혹으로 무리한 개헌을 도모하다가 마침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 측면도 있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로는 정치·사회의 안정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한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에 따른 '통일 대 과업'을 추진하기에도 짧은 임기다. 우리는 짧게는 5년마다 정권 교체시 정부정책 및 외교행보 등이 180도에 가까이 뒤바뀌는 것을 봐오지 않았나.

다시 시계를 지금으로 돌려본다. 짧은 헌정사에 탄핵 대통령이 더 이상 늘어난다면,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국민 여론이 극단으로 나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외 신임도와 국격 등 대외적으로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건 자명하다.

이제 적절한 시점에 내각책임제를 공론에 부쳐 - 다가오는 총선에 부쳐 - 국민 여론에 따른, 우리의 정치 현실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창출해보는 것도 국가 장래를 위해 지평을 넓히는 좋은 방안이리라. 이제 우리 국민도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뽑을 권리도 있고, 정말 그런 지도자와 함께 살아갈 권리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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