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계속 같은 옷 입으셨어요? 저희는 몰랐는데..." [현장:톡]

김지수 기자 2023. 11. 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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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감독님이 계속 같은 옷 입으셨어요? 저희는 몰랐네요"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은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를 세트 스코어 3-1(22-25 25-22 25-22 25-21)로 이겼다. 1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2, 3, 4세트 접전 상황에서 상대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4승 6패, 승점 12점을 기록, 4위 OK금융그룹(6승 3패, 승점 15)과의 격차를 승점 3점 차로 좁혔다. 6위 현대캐피탈(2승 8패, 승점 8)을 승점 4점 차로 따돌리고 5위 수성도 한숨을 돌렸다. 

한국전력은 최근 주축 공격수들의 경기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1일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임성진 22득점, 타이스 21득점, 서재덕 9득점으로 나란히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지난 14일 OK금융그룹을 3-0(25-23 25-22 25-21), 대한항공을 3-1(25-22 22-25 25-14 30-28)로 제압한 기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현대캐피탈전 승리 후 공식 인터뷰에서 "임성진과 서재덕이 살아난 게 다행이다. 4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우리가 너무 안 되는 부분만 얘기했던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타이스와 임성진의 위치를 조정하고 서재덕의 리시브 부담을 줄여준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권영민 감독은 사령탑 부임 첫해였던 2022-2023 시즌 17승 19패로 남자부 4위에 오르며 한국전력을 봄배구 무대에 올려놨다.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는 우리카드를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을 넘지 못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팀 전체가 값진 경험을 쌓았다. 토종 에이스 임성진을 비롯한 젊은 피들의 성장도 수확이었다.

한국전력은 2023-2024 시즌 야심 차게 또 한 번 도약을 목표로 했지만 출발이 좋지 못했다. 개막 첫 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풀세트 혈투 끝 무릎을 꿇었고 OK금융그룹에게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현대캐피탈을 제압하고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한 기쁨도 잠시였다. 지난달 29일 우리카드, 지난 2일 대한항공, 5일 삼성화재, 9일 우리카드전까지 내리 패하면서 4연패의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지난 14일 OK금융그룹을 셧아웃으로 제압하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18일에는 대한항공을 3-1로 이겼다. 21일 현대캐피탈을 제물로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면서 팀 퍼포먼스가 정상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최근 팀 리시브 효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장점인 공격력이 살아났다. 어떤 팀과 붙더라도 화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승부처를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

권영민 감독은 "우리 공격력이 나쁘지 않다. 미들 블로커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다"며 "일단 서브 범실이 많이 줄었다.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잘 따라와 준다. 1라운드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는 서브 미스가 자주 나와 상대에게 점수를 쉽게 주는 경향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연승을 이어가기 위한 간절함도 더해졌다. 권영민 감독은 지난 15일 OK금융그룹전에서 4연패를 끊을 때 입었던 정장을 18일 대한항공전, 21일 현대캐피탈전까지 그대로 착용했다. 21일 수원체육관을 찾은 눈썰미 좋은 취재진 중 한 명이 이 사실을 캐치했다. 

권영민 감독은 "내가 이런 징크스를 조금 신경 쓰는 게 있다"고 웃은 뒤 "다음 경기 때도 이 정장을 입으려고 한다. 머리도 (현재 스타일 유지를 위해) 자르려고 예약을 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같은 옷을 계속 입는 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며 "속옷, 셔츠, 양말, 신발까지 동일하게 착용 중이다. 속옷과 셔츠는 세탁해서 쓴다. 선수 때도 (징크스) 있었는데 내 자리는 항상 똑같이 정리를 해야 하고 물건들도 있던 위치에 있어야 한다. 아내가 내 이런 점을 싫어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정작 권영민 감독과 동고동락하는 한국전력 선수들은 사령탑의 이런 징크스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취재진이 권영민 감독이 3경기 연속 같은 정장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외려 놀라는 눈치였다.

임성진은 "감독님이 같은 정장을 입으셨다는 건 몰랐다"며 "워낙 예민하신 펴이다. 우리가 이긴 경기에서 있었던 일들은 전부 다 기억하고 똑같이 하신다고는 들었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시아 쿼터로 뛰고 있는 일본 출신 료헤이도 권영민 감독의 징크스를 듣고 놀랐다. 그는 "일본에서 뛸 때는 이렇게 징크스를 생각하는 선수, 지도자와 함께 뛴 적이 없다"며 "권영민 감독님 같은 스타일은 처음이다"라고 웃었다.

권영민 감독은 일단 오는 24일 KB손해보험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같은 정장을 입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전력의 연승과 상승세만 이어질 수 있다면 1년 내내 옷을 갈아입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권영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점점 호흡도 잘 맞는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지는 경기를 하다가 이제는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졌다"며 "2라운드를 잘 넘기면 충분히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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