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하마스 기습이 결정적…尹 9·19 효력정지 배경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현지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안’을 재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8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19 군사합의 조항 중 군사분계선 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윤 대통령이 최종 승인한 것이다. 군사분계선 내 최대 40km 지역까지 비행을 금지한 ‘1조 3항’은 군의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대한 위반이자 직접적인 도발”이라며 “9·19 군사합의 준수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 총리는 “그간 9·19 군사합의 제약으로 북한의 기습 공격 위험에 노출되는 등 접경지역 안보태세가 취약해졌다”며 “효력정지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이 즉각 재개됨으로써 우리 군의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태세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런던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며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이 각종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자 효력정지 방안을 검토해왔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됐을 땐 파기 가능성도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도어스테핑에서 “북한의 핵실험 시 9·19 합의 파기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행에 옮기는 것엔 신중했다. 오히려 북한 비핵화 단계에 맞춰 상응적 조처를 하는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지난달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하는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자, 대통령실도 9·19 효력 정지의 실행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쟁 초기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은 속절없이 당했다. 땅굴을 사용하는 방식도 북한과 유사했다”며 “정찰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벌어질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국방장관 등 한미안보협의회(SCM) 미국측 대표단과의 만찬에서 “북한이 오판해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포함한 어떠한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한ㆍ미 연합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9ㆍ19 군사합의는 우리의 눈과 발을 묶어놓은 측면이 있다”며 “북한은 오랜 기간 기습 공격 능력을 축적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9·19 군사합의 중 정찰 능력과 관련한 ‘1조 3항’을 핀셋 효력 정지한 것도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 차원이라는 것이 외교·안보 당국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 방러 뒤 14일 평양에서 북·러 경제공동위원회가 진행되는 등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진 것 역시 윤 대통령 결단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다만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관련해 비례의 원칙에 맞춰 절제된 대응을 해나갈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서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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