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이동욱 "사랑은 한마디 말과 눈빛이면 충분해"
영화 '싱글 인 서울' 싱글남役
"60대에도 로맨스 연기하는 게 꿈"
결혼은 이제 선택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제도가 아닌 필요에 의해 혼인을 선택하는 시대. '비혼'이라는 말도 어쩌면 기성세대의 시선이 투영된 말이 아닐까. 혼자가 되면 비로소 나를 알게 된다. 나를 돌보며 사랑하는 즐거움도 크다. 문득 외롭지만 나를 양육하기에도 24시간이 모자라다. 배우 이동욱(42)은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싱글남 학원강사 영호로 분해 이 시대 연애담을 그린다. 서울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사는 그는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하며 와인, 사진 등 취미를 원 없이 즐긴다. 그는 이러한 모습이 자신과 똑 닮았다고 말하면서도 연애 세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동욱은 "싱글 일상이 배역과 비슷하다"며 "영화를 통해 내 지난 연애 스타일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다. 이동욱은 극 중 영호로 분한다.
제대로 된 로맨스를 기다렸다고 했다. 드라마 '풍선껌'(2015) 이후 8년 만에 로맨스로 돌아온 이동욱은 "로맨스 장르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연기하며 오히려 뭔가 안 하려고 했다. 실제 이동욱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생을 생각 안 해도 되잖아요. 1600년씩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웃음) 장르물에서도 조금씩 멜로 라인을 연기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로맨스는 거의 10년 만이에요.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같지 않을까요."
멜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설득력'을 꼽았다. 이동욱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며드는 사랑을 연기하기도 하고, 첫눈에 반해서 불꽃 튀는 사랑을 연기해야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왜 그런지' 가장 중요하게 본다. 감독, 작가님들께 건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상대를 바라보는 눈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연기를 할 때 말이 많아지면 안 좋다고 생각한다. 짧은 한두마디의 대사, 그리고 눈빛으로 표현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동욱의 멜로 눈빛은 '싱글 인 서울'에서도 빛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은 현진(임수정 분)과 첫 입맞춤 장면도 그렇다. 그는 "이 사람이 점점 좋아지네? 지금 키스할 것 같은 타이밍인데, 이렇게 하고 나서 우리는 어떻게 될까. 망설이는 듯하기도 하고. 이런 눈빛이 그 장면에 다 담겼다"고 설명했다.
사랑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가르지 않는 감정선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그게 우리가 하는 사랑 아닐까. 현실적이라고 봤다. 누군가 만나서 첫눈에 불꽃이 튀는 경험은 많지 않다. 잠시 멀어졌다 몇 달 혹은 세월이 지나서 다시 만났을 때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너를 기다렸어'라는 식도 이상하지 않나. 둘이 만나서 다시 오해를 푸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러다가 티격태격 할 수도 있는 거니까"라고 했다.
이동욱은 원조 '로맨스 장인'이라 불린다. 눈에서 뿜어내는 사랑의 기운과 꿀 떨어지는 목소리가 멜로에 최적화돼 있다는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끄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로맨스에 기대감을 갖기 충분한 까닭이다.
"그동안 로맨스 장르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장르로 나누면 그렇지만 모든 작품에 사랑 이야기는 다 있었어요. 아, '타인은 지옥이다'(2019) 빼고요.(웃음) 저는 '로맨스 장인'이라 불러주시는 게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로맨스 연기를 하면 좋겠어요. 행복한 일이잖아요. 50~60대가 돼서도 로맨스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박범수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동욱이 진짜 솔로"라고 말했다. 이를 듣자 이동욱은 "'누가 봐도 쟤는 싱글이구나' 싶을 정도로 초라해 보였나"라며 웃었다. 그는 "제 싱글 생활은 평범하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잔다. 보고 싶은 영화도 마음껏 보고. 그런 게 싱글의 장점"이라고 했다.
영화를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지난 연애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동욱은 "살갑고 다정한 편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나를 많이 이해해주지 않았나. 연애할 때 중요한 건 웃음 코드가 잘 맞는 거다. 웃음 코드가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 사람과 연애할 때 가장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이동욱은 "유머 코드가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면 마음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문득 "연애 세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놔 웃음을 줬다. 최근 한 영화프로그램을 촬영하며 연애 세포 테스트를 했는데,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싱글 인 서울'로 재활을 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제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게 '곧', '조만간'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그렇죠. 영화를 통해 연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역시 연애는 쉽지 않구나. 기억의 왜곡도 있을 수 있다는 거. 만날 때 잘해줘야겠구나."
최근 많은 사람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스타일을 지향한다. 이동욱에게 이를 묻자 "애매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할 수도 없고, 누구한테 소개팅을 막 부탁해서 다닐 수도 없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자니 제 생활 반경은 뻔하고. 그래서 이러고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활동 기간과 비교해 스캔들도 많지 않았다. 흔한 논란이나 비난을 받은 일도 없었다. 이동욱은 "겁이 많아서 그렇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그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사는 게 속 편하다. 똑같이 평범하게, 누구든지 하면 안 되는 걸 안 한다. 조금 특수한 직업이지만, 삶은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일이 없을 때 제 일상은 정말 획일적이죠. 오전 9시 반쯤 일어나서 아주 간단히 아침을 먹고, 12시쯤 운동을 하고 가서 두 시간 반 정도 운동해요.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에 있어요. 약속이 있으면 나가지만, 없으면 주로 집에서 가만히 있어요. 술 약속이 있어서 술을 마실 때도 있지만, 마시고 나면 2~3일은 쉬어요. 매일 마시지는 않아요."
이동욱은 최근 방송인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출연해 솔직한 입담을 과시했다. 출연 영상 조회 수가 1000만회를 넘길 만큼 인기였다. 그는 "조남지대(조세호·남창희)랑 유재석 형이랑 평상시 모습처럼 낄낄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재미있나? 싶기도 했다. '쇼츠' 세상인데 1시간 분량을 통째로 봐주셔서 놀랐다. 덕분에 핑계고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며 웃었다.
핑계고 채널에서 얻은 '욱동이'라는 별명을 딴 굿즈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 서울 한 장소에서 연 팝업스토어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이동욱이 평소 좋아하는 간식인 호떡에서 착안한 손거울이 인기였다.
"홍보팀의 아이디어였는데, 저는 처음에 반대했어요. 아 됐다고, 안 한다고. 근데 홍보팀이 이런 문화가 있다고, 오빠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를 해서. 감이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잘 알 테니까요. 믿고 하겠다고 했죠. 생각 의외로 많이 좋아해 주셔서 화제도 되고. 팝업도 잘 돼서 감사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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