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 뛰어넘은 예술의 세계를 경험해보세요"
[이규승 기자]
"열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단체전인데, 특이한 점은 다섯 명의 중견 작가들이 또다른 다섯 명의 신진 작가들을 이끌면서 완성시켰죠."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남짓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어느 고택의 고즈넉함이 배어나오는 이곳에 다다르자 전시를 소개하는 중년의 도슨트는 내게 이렇게 소개했다.
1930년대에 지어진 부산의 적산가옥은 부산 중구의 문화원이 되었고, 부속 건물인 일본식 창고는 전시가 펼쳐지는 작은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친환경 나무를 소재로 준비한 전시인가요?"
▲ 부산 중구의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열리는 <부산, 자라나는 나무!展>(10월13일~12월15일)이 나무(Tree)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
ⓒ 필립리 |
그제서야 알았다. 부산 중구의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열리는 <부산, 자라나는 나무!> 전(10월 13일~12월 15일)은 나무(Tree)와는 관련이 없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상생 활동에서 의미를 찾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이번 전시를 여는 부산시중구문화원의 임무성 원장은 "부산의 중견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세대 차이를 뛰어넘고 교류하는 장을 통해 완성했다"라며,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도 작품들을 통해 기성세대와 신진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예술의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1930년대에 지어진 부산의 적산가옥은 부산 중구의 문화원이 되었고, 부속 건물인 일본식 창고는 전시가 펼쳐지는 작은미술관으로 변신했다. |
ⓒ 필립리 |
대청동의 적산가옥이었던 이곳은 크기만큼 명칭도 '작은미술관'이라 부른다. 지난 2021년 11월에 문을 열었으니 운영기간만 2년을 꼬박 채웠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지난 2년간 지역과 상생하려는 본 미술관의 노고와 성과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관할 당시에는 몇 푼의 예산 조차 부족해 전시를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 채경혜 사무국장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개관기념전을 열 때는 테이블 같은 집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는 모든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여기에 있는 모든 방을 다 쓸 수 있게 허락했어요. 아무래도 일반 주택을 활용한 곳이니까 미술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작가들에게 미술관의 공간에 맞는 작업을 직접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개관을 기념해 여는 두 번째 전시인 <거리를 지배하는 마법사>에서 필자는 이곳의 유래와 공간이 생겨난 과정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가 열리는 대청동은 6·25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살던 곳이었는데, 나중에는 도심이 생겨난 원심지 역할을 한 지역이 됐다. 특히 2년 전에 문을 연 전시장은 일제시대에 남겨진 가옥의 형태인 '적산가옥'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중구문화원에서는 다양하게 구비된 공간을 색다르게 활용하고 싶어 운영 방식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집안에 자리 잡은 총 11개의 공간(10개 방과 뒤쪽 야외마당을 포함해 11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됐다)은 동네주민의 사랑방으로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11개의 개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운영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전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참여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주었고, 그들이 직접 선택하게 배려한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공간에서 작가들이 직접 전시 기획
이번 <부산, 자라나는 나무!> 전도 이전의 전시와 마찬가지로 참여작가 10명에게 공간을 보여줬다. 앞선 사례처럼 서로 다른 소재와 내용을 보여줄 작가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선택하라는 의미에서 란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유리 틀을 넘어 보이는 미로 같은 공간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창작 활동을 고민했을 것이다. 끊어질 듯 보이지만, 하나의 미로 같이 연결된 통로를 넘나드는 것만으로도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집주인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난 방안에서 펼쳐지는 전시라니 적산가옥의 별미를 체험하는 건 덤으로 보인다. 이 특별한 감정은 전시를 보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오래전 그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년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사업 전시활성화지원'의 세 번째 기획전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전시를 준비한 부산 중구문화원은 지역의 작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창작활동으로 주위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는데, 이번 전시도 그런 의미에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신·구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었으며, 선배가 후배를 이끄는 아이디어는 전시장의 취지를 한껏 되살리게 만들었다.
이전에 성료한 전시인 '남장 김종식, 중구에서 주민들과 함께 그 생애를 이야기 하다'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대표하는 거장을 재조명함으로써 주민들에게도 예술에 관한 심오한 본질을 전도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많은 이들이 주목한 분야는 전시를 열어 현장을 찾아오는 관람객만 기다리지 않고,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하는 워크숍, 문화예술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부산을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 전시장의 입구를 지나면 보이는 첫 번째 방에서는 곽순곤 작가(부산현대작가협회 회장)의 '매듭의조형'을 볼 수 있다. |
ⓒ 필립리 |
앞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부산, 자라나는 나무!> 전은 총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중 5명의 작가는 짧지 않은 창작 활동과 수상경력이 빛나는 중견 작가들이며, 나머지 다섯 명은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 뛰어든지 얼마되지 않은 신진 작가들이다. 이들은 전시를 준비하기에 앞서 상당기간의 네트워킹과 전시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서 모든 것을 터놓고 논의했다.
▲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강이수 작가의 '상상하는새'와 '작은새'가 있다. 부산미술대전 입선(1992), 제3회 서울현대조각전 입선(1988). 대한민국 환경조각 대전 대상수상(1997) 등의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강이수 작가(다빈 미술공간 이사)는 "작업을 해오면서 인간의 모습보다는 주로 동물의 형상을 통해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 시도를 해왔"다며, "새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의 의미뿐 아니라 조형적이고 상징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소재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
ⓒ 필립리 |
전시장의 입구를 지나면 보이는 첫 번째 방에서는 곽순곤 작가(부산현대작가협회 회장)의 '매듭의조형'을 볼 수 있다. 곽 작가는 "상상과 오성을 통한 조화형식은 매듭을 통해 함축된 감정미와 충실성 속에 복잡스러운 추론을 거부하며 우리 경험 가운데 새로운 상징으로 다가온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 전시장을 나가면 뒤쪽 뜰에서는 문병탁 작가의 '더듬이가 난 남쪽의 정령'을 비롯해 아이들과 놀기를 원하는 다섯 마리의 돼지들이 정원을 서성이는 '5마리의 돼지들'이 전시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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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작가는 "인간의 본질이 자연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조각과 설치작업의 출발"이라며, "그것이 어떤 동물의 형상이건 형체를 띄지 않는 구조물의 형태를 가지든 간에 인간과 함께하는 자연의 요소들을 사람들이 보며, 만지면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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