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 낭송한 찰스 3세…셰익스피어로 화답한 尹

이기민 2023. 11. 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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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찰스 3세 영국 국왕 국빈 만찬
"영국은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
찰스 3세 "한국이 이룩한 화려한 여정에 놀라"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1일(현지시간) 국빈 만찬을 통행 양국의 굳건한 협력과 우정을 확인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영어로 번역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낭송하며 환영했고, 윤 대통령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용해 건배사로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의회 연설에 이어 양국의 미래 협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찰스 3세 국왕도 "양국 간의 우정과 신뢰가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883년 영국과 수교한 이후 한국전 참가 등 영국의 희생을 언급하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 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영국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배출하고, 의회 민주주의, 산업혁명을 성취한 나라라며 "한영 양국은 이제 디지털 혁신국가로서 새로운 인공지능(AI) 디지털 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사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학창 시절 비틀즈와 퀸, 앨튼 존에 열광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언급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중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이 불모지에서 경제·과학·자연환경·문화 등 분야까지 번영을 이끈 점을 높게 평가했다. 찰스 3세 국왕은 "한 사람의 일생, 아니 저 자신의 일생 동안 귀국이 이룩한 화려한 여정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저의 어린 시절 전후의 참담한 상황을 딛고 일어난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찰스 3세 국왕은 1992년 자신이 한국을 방문해 확인한 발전 상황,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방문 당시 안동에서 본 전통적인 마을과 사찰들의 아름다움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것도 회고했다.

만찬에는 공식수행단 이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 등 180여명이 초청됐다. 또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 4명, 영국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는 유튜버 채널 '영국남자'를 운영하는 올리버 켄달 등도 자리했다.

영국 왕실은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이후 첫 국빈인 윤 대통령 부부를 성대하게 맞이했다. 만찬 식기는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을 계기로 제작된 것들로 금과 은으로 도금됐고, 조개껍데기와 구슬 무늬로 장식돼있다. 접시 상단에는 왕실 문장이 새겨졌다.

디저트 식기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77년 제작된 식기로 청록색 테두리에 꽃 모양이 장식됐다. 만찬 메뉴는 수란과 시금치 퓨레로 만든 타르트, 셀레리악 크로켓과 칼바도스 소스를 곁들인 꿩 가슴살 요리, 샐러드, 망고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만찬장은 윈저성에서 직접 공수한 붉은 계열의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됐다. 해당 꽃과 나무들은 윤 대통령이 방문한 11월에 피는 것들로 엄선됐다. 만찬 중에는 웨섹스 공작부인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됐다. 만찬 말미에는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가 울려 퍼졌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숙소에서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안내에 따라 영국 왕실이 제공한 벤틀리 차량을 이용해 공식 환영식장인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고, 윤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안 예포 41발 발사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3세 국왕을 위해 제작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에 탑승한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호스가즈 광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고, 이후 두 사람은 황금마차를 함께 타고 웨스트민스터 거리 1.6km를 이동해 버킹엄 궁전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김건희 여사는 카밀라 왕비와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탑승한 마차 뒤에 있는 마차를 함께 탔다.

오찬 이후 윤 대통령은 국왕과 훈장과 선물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이 받은 훈장은 '바스 대십자 훈장(Grand Cross of the Order of the Bath)'이다. 해당 훈장은 영국을 국빈 방문한 나라의 국가원수나 국빈 자격을 가진 외국 정상에게 수여하는 최고훈장이다. 픽처 갤러리에서 고종황제가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 등 한국 관련 소장품도 관람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국빈으로 맞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처칠 연설집 '조류를 막으며(Stemming the tide)' 사본, 스코틀랜드 라프로익 위스키, 무궁화와 반려견 이름을 수 놓은 파시미나(최고급 캐시미어) 등을 선물했다.

런던=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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