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아줌마가 웃겼니?"… 강남순 엄마로 제2전성기 맞은 김정은

어환희 2023. 11.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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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황금주 역할을 맡은 배우 김정은. 사진 JTBC


" “‘재발견’이란 수식어는 '첫 발견' 때보다 5만 배 정도 더 기쁘고 소중해요.” " 연기 생활 28년 차에 또 다시 얻게 된 대중의 관심. 배우 김정은(49)은 행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에게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작품은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힘쎈여자 강남순’(JTBC)이다.

김정은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 중 엄마 황금주 역할을 맡았다. 해장국 장사로 시작해 재벌 못지않은 재력을 쌓았지만, 몽골에서 5살 짜리 딸 강남순(이유미)을 잃어버린 뒤 죄책감과 그리움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딸 남순을 찾은 뒤엔 특유의 정의감으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딸과 함께 마약 문제 해결에 나선다.

영화 ‘가문의 영광’(2002), ‘불어라 봄바람’(2003)과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SBS)에서 이미 입증된 김정은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농익은 카리스마 연기가 덧입혀졌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예전엔 캔디 같은 캐릭터를 자주 맡아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카리스마 있다’ ‘섹시하다’는 반응을 들으니 너무 좋다. 새로 얻게 된 이미지인 만큼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한다”며 웃었다.

배우 김정은은 액션과 함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오토바이 면허까지 땄다. 사진 JTBC


이 드라마에서 무엇 하나 쉽게 얻은 것은 없다. 극 중 김정은은 오토바이를 거칠게 타거나 괴력을 쓰는 액션, 각종 도구를 쓰는 무술 장면도 보여준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오토바이 면허(2종 소형)까지 땄다. 그는 “목표는 오토바이 타는 장면을 풀샷으로 안 끊고 멋지게 소화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연기와 병행이 쉽지 않았다”면서 “오토바이의 메커니즘(작동 원리)을 이해하는 데 의의를 두고 표정 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패션모델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패션도 화제였다. 그는 “평소 저 자신에게 그리 엄격하지 않은 편인데, 황금주 캐릭터는 관리를 안 할 수 없었다”면서 “특히 가죽 수트 같은 경우, 무방비로 몸매가 드러났기 때문에 오히려 캐릭터가 저를 ‘관리하라’ 다그쳤다고 본다. ‘관리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뿌듯하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극중 재벌 못지 않은 재력을 지닌 황금주의 화려한 패션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 JTBC


“드라마에서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은 딸 강남순을 향한 모성의 표현이었다”는 김정은은 “B급 코미디 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으로 붕붕 떠 있는 황금주라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준 건 모성애였다”고 강조했다. “캐릭터의 목숨줄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가 드라마 초반 딸 남순과의 극적인 상봉 장면을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꼽은 이유다. 그는 해당 장면을 대본으로 접하고 드라마 출연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특별한 히어로 모녀였기 때문에 그들의 상봉 또한 특별한 장소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야기 구성상 훌륭했고, 연출도 잘 해주셨기 때문에 그 장면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황금주와 강남순의 재회 장소는 화재 현장. 검은 재를 뒤집어쓴 채 망설임 없이 아이들을 구하러 불길 속으로 뛰어든 강남순을 보며 황금주는 17년 동안 찾아 헤매던 딸임을 직감한다.

극적으로 모녀가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 4회는 최고 시청률 9.8%(닐슨, 전국)를 기록했다. 이후 줄곧 7~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최근 회차에서 다시 9%로 올라섰다. 16부작인 드라마는 현재 종영을 2회 앞두고 있다.
김정은은 “오랫동안 못 찾았지만 어딘가에 딸이 살아 있다는 믿음, 타인을 잘 대접하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내 딸 역시 대접받을 수 있을 거란 훌륭한 세계관이 드라마에 녹아있다”면서 “마약 등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모성애와 여성끼리의 공조 서사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중반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는 그가 오랜 세월이 지나 또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어떤 느낌일까. 김정은은 “예전처럼 대본도 잘 안 들어오고, 시청자로서 좋은 드라마를 볼 때면 부럽고 질투 나면서도 ‘저런 기분을 이제는 내 인생에서 느껴볼 수 없겠지’ 체념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드라마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울컥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 코미디 연기가 쇼츠(짧은 동영상)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얘들아, 아줌마가 웃겼니? 너무 올드하진 않니?’ 하는 마음이요. 하하”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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