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 위험한 대동맥류… 수술 부담 시 '스텐트 그라프트' 가 대안"
대동맥류, 정상 대동맥 1.5배 늘어난 상태
복부 대동맥류 파열 시 최대 90% 사망
전조증상 없고 파열 후에야 통증 나타나
정기 관찰로 파열 전 관리… 적절한 처치 필수
전신마취·개복·개흉 부담 큰 고령자 안전 시술 가능
많은 사람들이 큰 병일수록 전조증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상태가 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대동맥류와 같은 질환도 있다. 대동맥류는 일단 파열되면 대부분의 환자가 급사하거나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해 '몸속의 시한폭탄'이라고도 불린다. 시한폭탄을 안전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동맥류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이재항 교수에게 들어봤다.
대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이 정상 대동맥 직경의 1.5배 이상 늘어나 있는 상태를 대동맥류라고 한다. 증상은 거의 없다. 환자가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사망 위험이 커진 것이라 '몸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드물게 대동맥류가 성대 신경을 압박하면서 목소리가 쉬는 등 대동맥 주변 장기와 관련된 전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파열 전까지 전조증상이 없고, 파열이 되면 그때야 증상을 느끼게 된다.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파열과 동시에 환자는 흉부 또는 복부와 허리에 극심한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으로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대동맥류의 발병률과 사망률은 어느 정도인가?
흔하진 않으나 대동맥류의 파열은 사망으로 이어지기 쉬워 관심이 필요하다. 대동맥류는 가슴과 배를 나누는 부분에 있는 횡격막을 경계로 흉부 대동맥류와 복부 대동맥류로 나뉜다. 복부 대동맥류는 전체 대동맥류의 약 75%, 흉부 대동맥류는 약 25%를 차지한다. 대동맥류 파열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단 파열되면 병원에 오는 도중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었을 경우에는 80~90%의 환자가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대동맥류 고위험군이 따로 있나?
원인이 뚜렷하진 않으나 대부분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한다. 동맥경화가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대부분은 70대 이상이며, 고지혈증이나 흡연 등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동맥경화의 위험인자가 대동맥류의 위험인자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흉부 대동맥류의 경우,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어 젊은 환자들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전조증상이 없는 질환인데 치료를 할 수 있나?
파열 전 대동맥류는 보통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 검사나 수술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발견만 하면 치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관 직경이 50~55㎜보다 작은 환자들은 적극적인 시술이나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다. 혈압, 고지혈증, 당뇨 수치 등을 조절하는 내과적 치료를 통해 대동맥이 더 팽창하는 걸 최대한 방지한다.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건 대개 혈관 직경이 50㎜가 넘을 때다. 이때는 수술이나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개복·개흉수술을 말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시술)의 경우 대퇴동맥을 통해 직물로 둘러싸인 금속망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류로 삽입, 혈액이 스텐트 그라프트 안으로만 흐르게 해 늘어난 혈관으로는 혈액이 흐르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흉부 대동맥류의 경우,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수술이란 인조혈관을 교체하는 수술과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결합해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어떤 기준으로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할지, 수술을 할지 결정하나?
해부학적 구조가 적합하다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우선 고려한다. 이는 세계적인 치료 지침에도 명시되어 있다. 환자가 젊거나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할 수 있을 만큼 혈관이 건강하지 않다면 수술을 권유한다. 일반적으로 젊은 환자에게는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는 삽입 후 매년 CT나 초음파 검사를 받아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젊은 환자는 앞으로 20~3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커 매년 검사를 받는 게 번거로울 수 있다. 또한 시술이 아무리 잘 되었더라도, 스텐트 삽입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노화해 대동맥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해부학적 구조가 변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다. 고령의 환자에게는 전신 마취에 대한 부담이 없고, 회복 시간도 수술보다 빠른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권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장점 때문에 환자가 먼저 시술을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시술과 수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하기도 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장점은?
가장 큰 이점은 환자가 일상생활에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거다. 수술은 최소 7~10일간 입원해 회복해야 한다. 일상생활로 완전히 복귀하려면 한두 달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의 경우, 보통 시술 후 2~3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 덜 침습적이기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적고 미관상으로도 더 좋다. 직장인 같이 빠른 일상생활 복귀가 필요한 이들에게 장점이 있다. 예후는 두 가지 방법 다 좋다. 실제 시술과 수술의 장기 데이터를 확인해도 두 치료군 간 사망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반드시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해야 하는 환자도 있나?
전신마취 및 개복·개흉수술에 대한 위험요인이 많은 환자에게는 수술보다 시술의 이익이 크다. 예를 들어, 폐나 심장의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고령 환자는 수술 시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이 큰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그러한 부담에서 벗어난다. 또한 수술 후 긍정적인 경과를 위해서는 잘 걸어 다니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에, 침상에 오래 머무르는 환자에겐 가능하면 회복이 빠른 시술을 진행한다. 특히 개복·개흉과 전신마취 부담이 큰 고령의 환자는 대동맥류 외에 다른 합병증을 지닌 경우도 많아 대체로 시술을 진행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 수술만큼 안전하다고 볼 수 있나?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된 치료법이다. 글로벌 치료 지침에도 해부학적 구조가 적합하다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우선시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시행 시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가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 기준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편이다. 사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도입 초기에는 시술의 장점 때문에 무리해서 시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재시술률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약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시술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여 시술이 적합할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를 판별하는 의료진의 능력도 많이 향상됐다. 그뿐만 아니라 10년 전보다 시술 기구의 품질도 크게 개선돼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인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최장 10년간의 안전성이 확인된 스텐트 그라프트 기기도 나와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이후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인류가 더 오래 산다면 모든 사람에게 대동맥류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대동맥류 관리를 위해서는 관련 위험요소를 모두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동맥류는 그 자체보다는 대동맥류가 나타날 정도로 동맥경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많다. 이 환자들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및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사망할 위험도 크다. 대동맥류 시술이나 수술을 진행한 환자들은 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위험인자를 조절하고, 금연과 주기적인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매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시술 부위에 이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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