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골에 라보나 킥까지 '손흥민'의 퍼펙트 게임
[심재철 기자]
▲ 중국 '공한증'의 서막, 손흥민 페널티킥 골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오랜만에 다시 중국 축구 앞에 '공한증'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게 됐다. 한국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이 앞장서 멋진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월드컵 예선 C조 선두 자리는 물론 2024년 1월에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본선 자신감도 충분히 끌어올린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1일(화) 오후 9시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주장 손흥민의 2골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고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중국 허를 찌른 헤더 골 포함 2골 1도움 맹활약
우리 선수들은 홈 팀 중국 선수들의 거센 저항을 뚫고 이 게임을 통해 18개의 슛 기록 중 8개의 유효슛(44.4%)을 중국 골문 안으로 날려보냈고, 그중 37.5%에 해당하는 3골을 침착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에 수 만 명 중국 홈팬들의 응원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볼 점유율(한국 65.2%, 중국 34.8%)과 코너킥(한국 4개, 중국 0개) 기록도 모자라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한국 83.6%, 중국 59/8%)에서 큰 격차를 보인 것만으로도 이 게임 내용과 결과는 분명했다. 이 결과를 만들기까지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이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게임 시작 후 11분 만에 손흥민의 오른발 페널티킥 첫 골이 중국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갔다. 중국 수비수 주 천지에가 골문 바로 앞 세컨드 볼 상황에서 무리한 이불킥 동작으로 황희찬을 넘어뜨린 것이 압둘라흐만 알 자심(카타르) 주심에게 적발된 것이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인 45분에 놀라운 추가골이 이어 나왔다. 이강인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왼발 크로스 타이밍에 맞추어 니어 포스트 쪽으로 달려와 헤더로 방향을 바꾼 멋진 합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헤더 골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손흥민이었다. 소속 팀에서나 대표팀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기뻐하면서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야말로 중국 수비수들이 허를 찔린 셈이다.
후반전에는 손흥민의 활약이 더 인상적이었다. 비록 해트트릭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후반전에 만든 결정적인 공격 장면에서 손흥민은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빛났다. 53분에는 이강인에게 기막힌 스루패스를 넣어줘 중국 골키퍼 얀 쥔 링까지 따돌리고 오른발 추가골을 성공시키기 직전까지 상황을 이어나간 것이다. 빈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이강인의 보기 드문 오른발 슛 타이밍을 읽고 골 라인 위로 몸 날리는 커버 플레이를 펼친 주 천지에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55분에는 또 하나 보기 드문 손흥민의 발기술이 반짝반짝 빛났다. 빠른 몸놀림으로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는 황희찬에게 라보나 킥 월 패스를 넘겨준 것이다. 황희찬의 골까지 이어졌다면 금상첨화였지만 유럽 빅 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발기술이었기에 손흥민의 라보나는 더 특별하게 보였다.
그리고 손흥민은 87분에 멋진 프리킥 크로스 어시스트 실력을 보이며 센터백 정승현의 A매치 첫 골 기록을 도와주었다.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 프리킥 볼을 내려놓기 전에 손흥민은 정성스럽게 공 표면의 물기를 닦았다. 발로 올리는 크로스처럼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롱 스로인을 위한 준비 작업인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동작 하나하나에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정확한 프리킥 크로스 궤적을 위해 정성스럽게 공 표면의 물기를 닦는 장면은 그를 보며 자라는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수비 대응도 침착
수많은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한국을 위협하려는 중국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은 최근에 겪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찔한 수비 실수가 몇 차례 나와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42분에 나온 후방 빌드업 실수는 왼쪽 풀백 이기제의 볼 터치가 길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탄 룽의 오른발 슛이 아슬아슬하게 우리 골문으로 날아와 오른쪽 옆그물을 때렸다. 80분에도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하던 손흥민의 패스 미스로 중국에게 만회골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듬직한 수비수 김민재가 빠르면서도 침착하게 커버 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김민재와 정승현 센터백 조합은 이렇게 중국 선수들에게 유효슛 0이라는 굴욕적 기록을 남겨줬다. '조규성,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우리 대표팀의 믿음직스러운 공격 자원들이 마음 놓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커버 플레이가 비교적 잘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51일 앞으로 다가온 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선수들은 소속 팀으로 돌아가 11월~12월 일정을 소화하게 되며, 2024년 3월 21일 다시 이어지는 월드컵 예선 홈 게임 일정으로 태국과 만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결과
(11월 21일 오후 9시,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
★ 중국 0-3 한국 [골 : 손흥민(11분,PK), 손흥민(45분,도움-이강인), 정승현(87분,도움-손흥민)]
◇ 한국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조규성(72분↔황의조), 손흥민
MF : 황희찬(72분↔이재성), 황인범, 박용우(90분↔박진섭), 이강인(83분↔정우영)
DF :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김태환(72분↔설영우)
GK : 김승규
◇ C조 현재 순위
1위 한국 6점 2승 8득점 0실점 +8
2위 중국 3점 1승 1패 2득점 4실점 -2
3위 태국 3점 1승 1패 4득점 3실점 +1
4위 싱가포르 0점 2패 1득점 8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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