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 인공망(복벽 틈 막는 플라스틱 망) 없이 수술해도 재발률 0.3% 불과… 후유증도 크게 줄여
복벽 틈으로 장기 빠져나오는 '서혜부' 탈장
제때 치료 안 하면 심한 고통… 장폐색 위험
인공망 수술, 만성 통증 등 후유증 보고돼
'강 리페어', 인공망 없이 탈장 구멍 막아
최소 절개, 국소마취, 짧은 수술 시간 장점
"숙련된 전문병원 의료진에게 치료 받아야"
'탈장(脫腸)'은 장기가 제자리를 벗어나 다른 조직을 통해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대부분 배를 둘러싼 복벽에 발생하며, 그 중에서도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 가장 흔하다. 밖으로 나온 장기를 원위치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수술뿐이다. 탈장대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탈장 부위를 주무르는 것은 모두 임시방편으로, 수술을 통해 벌어진 복벽 틈을 닫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무인공망 탈장 수술 '강 리페어'를 직접 개발해 시행해오고 있는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은 "탈장을 방치하면 근육 사이에 장이 끼어 썩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며 "의심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전문 병원을 찾아 안전하게 수술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부 탈장, 증상 있어도 늦게 발견하는 경우 많아
서혜부 탈장은 신체에 발생하는 탈장 중 70~80%를 차지한다. 선천적으로 복벽에 틈이 있거나 복벽이 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이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 만성기침, 변비 등에 의해 복압이 급격히 상승하면 탈장으로 이어진다. 남성의 경우 태아기에 고환이 서혜부 근육 틈을 비집고 음낭으로 내려가는데, 이 틈이 닫히지 않고 다시 벌어져 장이 이탈하는 것을 '간접 서혜부 탈장'이라고 한다. '직접 서혜부 탈장'은 근육이 적은 부위에 발생하는 탈장을 뜻한다.
서혜부 탈장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가 볼록 튀어나온다. 근육을 뚫고 나온 탈장 주머니가 피부를 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초기에는 크기가 작고 누르거나 누우면 다시 들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장기가 근육 틈에 낀 상태에서 배에 힘을 주면 복압 상승에 의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흔한 증상은 아니다. 많은 환자들이 서혜부 탈장을 조기에 의심·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탈장 초기거나 복부 지방이 많은 사람은 피부가 많이 돌출되지 않고 통증 또한 약해, 불편함이 있어도 탈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윤식 원장은 "복벽 틈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장이 반복적으로 나왔다가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환자는 일주일 전에 발견했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해보면 수개월 이상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통증, 괴사 유발…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혜부 탈장을 방치하면 장이 틈 사이에 완전히 끼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감돈'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는 강한 통증과 혈액순환 장애, 장기 괴사 등의 원인이 된다. 심하면 응급 수술을 통해 장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남성의 경우 장의 온도가 고환까지 전달되면 고환 또한 온도가 높아져 불임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빠져나온 장을 제자리로 되돌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탈장 수술이 처음 시행된 1990년대 전후에는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해 주변 조직을 당겨와 꿰맸다. 이 같은 방식은 수술 부위가 광범위했으며, 장력으로 인해 틈이 다시 벌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 과거 무인공망 수술은 재발률이 20~3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도입된 게 인공망 탈장 수술이다.
인공망 수술은 말 그대로 벌어진 틈에 인공망을 덧대는 수술법으로, 기존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낮고, 복강경을 사용하면 절개 부위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공망 수술 또한 시행 횟수가 쌓여갈수록 후유증이라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성분 인공망이 몸 속에서 분해되지 않으면서 근육·신경 유착, 세균 감염 등이 확인된 것이다. 뻣뻣해진 인공망이 주변 근육이나 장, 방광 등을 손상시킨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강 원장은 "실제 후유증으로 인해 인공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환자들도 있다"며 "미국에서는 인공망 탈장 수술 후유증 문제로 인한 의료 소송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무인공망 수술 '강리페어', 후유증·재발 위험 낮춰
강윤식 원장이 직접 수술법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 그는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서 인공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와 재수술을 통해 인공망을 제거했다. 인공망 수술의 위험성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그 후로 다시는 인공망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인공망 없이 수술을 하려니 재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강 원장은 오랜 연구 끝에 탈장 부위 주변의 단단하고 질긴 근육을 찾았고, 이 근육을 꿰매서 장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렇게 새로운 방식의 무인공망 탈장 수술 '강 리페어'가 탄생했다. 탈장 구멍만 정확히 막는 강 리페어는 재발률이 0.3% 수준에 불과하며, 인공망 수술과 달리 후유증 위험도 적다. 인공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짧고, 국소 마취 후 3㎝ 정도 피부 절개만으로 수술해 수술 후 통증 또한 덜하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술 후 3~4시간이면 퇴원 가능하다. 국소마취로 진행되는 데다, 수술도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강윤식 원장은 "전문 병원에서 숙련된 의료진에게 치료 받는다면 환자 상태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치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에 병원을 찾아 재발·후유증 위험을 낮춘 탈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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