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손흥민' 언급한 尹 영국 의회…'北 변화' 촉구한 朴연설보다 확장
"한영 연대해 세상의 도전 응전"
英 비틀즈, 베컴 언급하며 K문화예술 강조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에서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북한 문제 등에 대한 협력뿐 아니라 공급망·첨단산업·방산·문화 등 전 분야에서 한영 협력을 강화해 복합위기라는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의 영국 의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명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에 나선 것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2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나선 영국 의회 연설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한국의 '인내'를 설명하고, 세계 인권 증진 보호에 대한 한영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윤 대통령은 사회를 이루는 모든 분야에서 양국의 책임있는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이번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격상시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해설 성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연설에서 토인비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구절,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의 격언 등을 인용하며 존경심도 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 제목은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 (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인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에서 응용한 문구다.
또한 처칠 수상의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명언을 인용하며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에 기여하자"고 역설했다. 수교 140주년 동안 쌓아온 한영 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영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반도체, 디지털, 문화 콘텐츠 등을 선도하는 강국이 된 한국이 한영 관계를 새롭게 쓰겠다는 방침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그리고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10년 전 "양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능력이 합쳐지고, 양국의 고유한 문화가 더해진다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북한 문제를 넘어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 위협, 중동문제, 공급망 분절화,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에 닥친 복합위기를 나열한 후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다우닝가 합의를 이뤄내 유럽 2위, 세계 6위 경제 대국인 영국을 발판 삼아 유럽에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공조를 강화해 한국이 천명한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원전·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와 디지털 협력도 당부했다. 양국 정부는 오는 22일 열리는 한영 비즈니스포럼에서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 ▲반도체 협력 MOU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원전 협력 MOU ▲해상풍력 MOU ▲방산 공동수출 MOU 등 6건을 체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며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는 만큼 협력하자"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설 종료 때 참석자 전원에게 약 30초간 박수를 받았다. 존 맥폴 영국 의회 상원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것을 언급하며 이날 노래를 듣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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