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 가능성에 분주한 은행권…"불완전판매 대응책 강화해야"

권현지 2023. 11. 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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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반토막에 내년 손실 가시화 전망
현장지원반·전담 TF 발족해
고객 민원 상담·정보 제공
은행권 "불완전판매 가능성 낮다"지만
전문가 "형식적 절차 이행만으로 부족"
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적절성 논의 가능성도

내년 상반기 홍콩 H지수(HSCEI)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손실이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판매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부분 소비자 민원 응대에 방점을 찍었지만, 전문가들은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객 민원 증가 대비, TF 띄우는 은행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ELS 상품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신탁부서 내 현장지원반 신설을 준비 중이다. 영업점에 소비자 상담과 손실 발생 시 사후 대응을 위한 직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상품 성격을 고려해 자산관리(WM) 업무 경력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조직 규모는 3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황 정보 제공, 영업점 대상 교육도 하고 있다.

H지수 연계 ELS 상품 발행 규모가 은행권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도 지난 8월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10명 안팎의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H지수, 중도상환 방법 등 상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6월 일찌감치 본부·영업점 공동 TF를 발족하고 지역본부별로 사후관리 전담 직원들을 배치해 고객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내년 상반기 H지수 연계 ELS 상품 손실이 가시화할 거란 우려에 따른 조치다. 은행권은 2021년 ELS 관련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증권사가 ELS 상품을 출시하고 자산운용사가 여러 상품을 묶어 신탁형 상품으로 만들면 은행들은 ELT(주가연계신탁)나 ELF(주가연계펀드) 형태로 팔아 수수료를 받는다. ELS는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당시 가격보다 통상 30%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H지수 ELS의 기초자산인 H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6103.34로 2021년(평균 1만44) 대비 약 39% 하락했다. ELS 상품 만기는 대체로 3년으로,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손실은 확실시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잔액은 14조5664억원으로 국내 전체 발행 잔액(20조5000억원)의 71%를 차지한다. 국민은행이 7조8000억원대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 2조3000억원, 하나·농협은행 2조10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불완전판매 여부 주목…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적절한가

손실이 확정될 경우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걸로 보인다. 은행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 부당권유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당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녹취, 자필서명 등 절차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대응이 불완전판매가 아닌 정보 제공이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불완전판매 관련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녹취, 자필 서명 절차를 지켰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면서 “상품 판매는 물론 설계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실제 위험을 인식할 정도로 설명이 충분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적절한지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복잡한 고위험 파생 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고령층을 상대로 파는 것이 적정한지 강한 의문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실장은 “예금 고객들을 대상으로 원금의 50% 이상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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