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영호남 가로지르는 고갯길…섬진강 절경도 구경

경남 하동군 가탄마을에서 전남 구례군 송정마을까지 10.6km

편집자주 - 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산맥이 전남·전북·경남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 300km로 아버지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가탄-송정' 구간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에서 전남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송정마을까지 걷는 코스다. 10.6km, 6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는 '상'급이다.

이번 코스는 경상도에서 전라도까지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둘레길이다. 하동에서 구례를 넘나들었던 고갯길이 이어져 있어 채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길이 힘들수록 경치는 좋은 법. 대부분 숲길에 섬진강을 나란히 끼고있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4km에 걸친 벚나무 가로수길도 만난다.

여행의 시작은 가탄마을이다. 이 마을은 과거 선경과 같은 아름다운 여울이라는 의미로 가여울(가탄)이라 불렸다. 신선이 살면서 아름다운 여울에 낚싯대를 담갔다 하여 가탄이 됐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아직까지 가여울이나 개롤로 부른다.

가탄마을에서 약 1km를 걸으면 법하마을이다. 법하마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하촌이었다고 한다. 사하촌은 사찰에 예속돼 살림과 풍습이 이뤄지던 전통마을이다. 과거 법하마을 주변에 많은 사찰이 있어 불국토를 이뤘다고 해 사하촌(寺下村)·법가촌(法家村)이라 불렸다.

법하마을을 나와 약 20분을 걸으면 이번 코스의 첫번째 고갯길인 작은재(어안동)와 만난다. 편백나무 숲과 시누대가 울창한 대숲길과 이어져있다. 작은재를 오르면 촛대봉·황장산·당재를 거쳐 통꼭지봉·불무장등·흰듬등을 지나 지리산 주능인 삼도봉(낫날봉)으로 이어진다. 불무장등을 경계로 경남과 전남이 나뉜다.

작은재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과거 논으로 쓰다가 이젠 풀밭이 된 묵답의 흔적도 만난다. 한 묵답엔 2019년 지리산 둘레길이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념으로 조성된 작은 들꽃정원이 있다. 주변의 돌로 쉼터를 만들고 새우난·노란꽃창포·원추리·하늘말나리·노루오줌 등 들꽃을 심었다.

작은재에서 내려오면 기촌마을을 만난다. 기촌마을은 과거 연곡(燕谷)이라 불렸다. 기촌마을 앞에 있는 소나무 숲의 풍수상 형국이 제비형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서 피아골까지의 골 전체를 ‘연곡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촌이란 마을이름은 행주기씨(幸州奇氏)가 정착해 마을을 형성했다고 기씨촌(奇氏村)이라 칭하다가 후에 기씨들이 조동(현 중기마을)으로 터를 옮기고 타 성씨들이 입주하면서 기촌(基村)이라 개칭했다.

기촌마을을 나오면 목아재를 올라야 한다. 길목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한 목아재는 섬진강변의 외곡리 하리에서 내서리 원기·신촌을 넘는 고갯길이다. 과거엔 구례에서 화개 범왕리로 통하는 길목으로 구례·목아재·당재를 거쳐 칠불암·의신 등으로 연결되는 큰길이었다. 구례에서 목아재까지의 옛길은 지리산 둘레길이 됐고 목아재에서 당재까지의 길은 지리산 둘레길이었으나 2019년 폐쇄됐다. 목아재에서는 섬진강과 남도대교가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대가 있다.

목아재를 넘으면 이번 코스의 종착지인 송정마을이다. 송정마을은 행정리로 안한수내·바깥한수내·신촌·원송 등 몇개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