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野 쌍특검법은 총선용…강행 땐 국민들이 심판할 것"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8석의 거야(巨野)를 상대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111석의 소수 여당이란 악조건 속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지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일방적으로 칼질을 가하고 있고, 이른바 ‘쌍특검’으로 불리는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의 강행 처리도 예고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2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야당의 폭주로 인해 본회의가 있는 날이면 잠을 설친다”며 “때로는 여야 간에 협상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 기도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사정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다”며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을 뿐이지 (할 수 있는) 다른 건 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알리지 않을 뿐이지 물밑에선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갈량’이란 별명처럼 전략적인 일처리로 유명한 그는 지난 9일 본회의 때도 기지를 발휘했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 하자 당초 계획했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철회해 탄핵소추를 막아냈다. 여권에선 당시 “윤재옥이 민주당에 한 방 먹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런 그는 인터뷰 내내 좀처럼 목소리를 잘 높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민주당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연구개발(R&D)·새만금사업 예산은 증액하고, 원전 예산은 삭감하는 등 일방 처리한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정부에 있는 예산 편성권마저 민주당에게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임위 예산 심사를 형해화하고,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모든 법안과 예산의 책임은 원내대표에게 있다”며 “누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Q : 민주당이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나.
A :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더욱 심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극성 지지층(일명 ‘개딸’)과 공천권자(이재명)에게 잘 보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Q : 민주당이 R&D 예산 3조원 이상 복구를 추진하며 국민의힘의 R&D 예산 복구 약속은 ‘세목만 변경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A : “세목 조정만으로 그게 가능한가. 정확한 증액 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줄일 것과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나눠먹기식 R&D예산을 혁신하겠다는 근본 정신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전년 대비 2.8% 증액된 예산 총액 규모도 지킬 것이다.”
Q : 민주당은 23일과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 탄핵안과 ‘쌍특검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A : “국회 역사상 탄핵안이 폐기된 적은 7번이나 있지만 철회된 건 전례가 없다. 탄핵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와는 경중이 다르다. 의결되는 순간 권한이 정지된다. 탄핵안은 제출한 순간부터 법적 효력이 시작되며, 탄핵 제도의 근본 정신을 비춰봤을 때도 철회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민주당이 제출한 이동관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철회서를 받아들였다.) 우리 당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와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적어도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민주당이 헌법과 국회법 정신을 존중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Q : 민주당이 ‘쌍특검법’을 처리하면 대통령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건가.
A : “쌍특검법은 도의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전형적인 총선용 전략적 특검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불리는 도이치모터스 특검은 민주당이 집권당 시절 많은 검찰 인력을 동원하고도 못 밝혀낸 사건이다. 50억 클럽 사건도 검찰이 이미 수사를 진행 중이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계속 밀어붙이면 선거 때 국민께서 심판할 것이다.”
Q : 공직선거법 협상은 진척이 있나.
A : “민주당은 아직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우리 당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의석수도 협의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비례대표에 대해 양당의 의견 격차가 있다. 21대 총선 직전 이뤄진 선거법 개정은 최악이다. 여야의 합의 처리 관행을 깨뜨렸고,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기형적 선거법을 탄생시키지 않았냐. 유권자 입장에서 ‘내가 표를 찍으면 누가 당선된다’는 걸 알 수가 없다. 선거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누더기 선거법을 만들었다. 그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Q : 지난달 24일 피케팅(손팻말 시위)이나 고성·야유를 삼가기로 한 여야의 ‘신사 협정’은 유효하나.
A : “유지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상대가 어떻든 나는 지키려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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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홍을 겪었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에 쏟아졌고,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Q : 당정 관계가 달라졌나.
A : “많이 변했다. 선거를 통해 민심을 확인했는데,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다시 지는 길이다. 당정 관계에서 당의 목소리가 확실히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당의 입장을 존중하라고 더욱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도 민심을 직접 듣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당이든 집권당이 되면 당정 간 협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이 일방적이면 문제지만, 조율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Q :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A : “총선을 앞두고 TK 주민들이 걱정을 넘어 회초리를 들고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도록 집권 여당이 더 분발하고 각성하라는 시그널을 지지율을 통해 보내는 것이다. 우리 당이 더 치열하게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Q : 신당 추진설이 나오는 이준석 전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늘 함께 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다. 우리 당의 대표까지 하신 분이니 내년 총선의 정치적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선거 승리를 위해 함께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 총선 승리를 위한 ‘빅텐트’는 어떻게 생각하나.
A :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도 우리 당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함께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함께 가야 한다.”
Q :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역할은 어떻게 보나.
A : “선거 때는 대중성 있는 스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한 장관은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대중성이 있는 우리 당의 간판 스타다. 간판 선수들은 취약 지역이나 전략 지역에 활용해야 한다.”
허진·김다영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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