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맞대결 응하겠다는 원희룡…인요한 "눈물나게 고맙다"
내년 4·10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맞대결 설이 도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국민을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 참석했다. 행사 종료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마다치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현직 장관이어서 민생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고 아직 총선 관련해 이야기되거나 정해진 바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당이 향후 이재명 대표같은 야권 거물급과의 맞대결을 요구하면 응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원 장관의 발언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강연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참 멋진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원 장관은 12월 초 개각을 통해 당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원 장관의 후임자 인선이 진행되고 있고 여권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국무위원을 출마시켜 총선판을 주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기 때문이다.
원 장관 역시 ‘12월 개각설’이 구체화한 11월 중순부터 전국을 돌고 있다. 서울 구로(14일)→울산(16일)→경남 진주(17일)→충남 공주(20일)→여의도(21일) 등 일주일 동안 다섯 군데를 찾았다. 이전엔 원 장관이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현장을 방문한 것에 비하면 빨라진 템포다. 여권 관계자는 “개각 직전에 스퍼트를 확 올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총선 몸풀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전국을 돌면서 시민 생활에 밀접한 사안이나 지역 사업 등 유권자 관심이 큰 부분을 짚었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사업소를 방문해서는 빈대 확산 방지를 약속하며 직접 방제복을 입고 열차 안을 구석구석 다니며 방제약을 뿌렸다.
울산에서는 지역개발 이슈인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진주와 공주에서는 교통망 조기 구축을 약속했다. 영남권 초선 의원은 “원 장관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 모습을 높이 사는 경제인이 많다. 개발 이슈도 이들의 호감을 사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단순히 방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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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장관의 ‘컴백’이 기정사실화되자 총선 출마지와 당내 역할 논의도 분출하고 있다. 원 장관이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유튜브에서 파헤쳐 ‘대장동 일타강사’라는 평가를 들은 만큼 그만한 대항마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그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원 장관은 1%로 이 대표(21%)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13%)에 비해 큰 차이로 뒤처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그런만큼 원 장관 입장에서도 이번 총선이 정치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장관을 잘 아는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원 장관에게 부족한 것은 고정 지지층을 의미하는 ‘팬덤’인데,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팬덤도 형성하고 전국적 지지세도 확 늘어날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남은 길은 사실상 대선밖에 없기 때문에 원 장관이 승부수를 세게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비주류에서는 원 장관의 향후 입지에 대해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MBC에 출연해 “한 장관은 긁지 않은 복권같은 존재지만, 원 장관은 이미 다 긁어본 복권”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원 장관이 이준석 전 대표나 한동훈 장관보다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은 사실이다. 경륜이나 정책능력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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