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국에 비틀스·베컴 있다면, 한국엔 BTS·손흥민 있다" [英의회 영어 연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동적인 핵심 파트너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1883년 조ㆍ영 수호통상조약 체결 후 140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바뀐 양국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무기력함을 순화한 ‘고요하다’는 표현의 유효기간이 지난 지 오래다. 외려 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국왕이 초청한 첫 국빈으로, 영국은 최고 수준으로 윤 대통령을 예우했다. 이날 오전 윌리엄 영국 왕세자 부부가 윤 대통령 내외의 숙소를 찾아 환영식장인 호스가즈 가든으로 안내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41발의 예포 속에 공식 환영식에서 찰스 3세와 왕실 근위대의 사열을 받은 윤 대통령은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7대의 마차 행렬에서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와 단둘이 첫 번째 마차에, 김건희 여사는 카밀라 왕비와 두 번째 마차에 함께 탔다.
윤 대통령 내외는 국왕 주최 환영 오찬에 참석한 뒤 왕실 소장품을 함께 관람했다. 이어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글로스터 공작 외에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고, 무명용사의 묘도 찾았다.
오후엔 영국 의회 연단에 섰다.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ㆍ하원 합동 연설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의회에서의 영어 연설이다.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이라는 연설 제목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인용했다.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로,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며 양국의 140년 역사를 두루 짚었다.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3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다”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사의를 표했다.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는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덧붙인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참관한 한국전 참전 용사이자 2019년 ‘브리튼 갓 탤런트’ 우승자인 클린 태커리 옹을 호명한 뒤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올해 한ㆍ미 연합 훈련에 최초로 영국군이 참여한 점, 한ㆍ영 FTA(자유무역협정) 개선 협정 개시 등 양국의 '현재'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합의)’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를 인용해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기존 ‘포괄적ㆍ창조적 동반적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22일 리시수낵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한다. 양국 협력의 방점은 국방ㆍ안보ㆍ방위산업 분야에 찍혀 있다. 방위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와 방산 공동 수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 군사 협력과 관련해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따로 체결한다.
22일 ‘한ㆍ영 비즈니스 포럼’에선 에너지와 인공지능(AI), 건설ㆍ플랜트 등 31건의 MOU를 맺고, 경동나비엔과 효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업들도 약 27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런던=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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