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기부, 그 뜻에 알맞는 방법·절차 찾는 노력도 필요
유산 기부의 실제 (2) 기부 방식에 따른 방법과 절차
정년퇴임을 앞둔 홍정수(64·여) 아신대 선교대학원 교수는 지난 8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에 유산 기부 의사를 전했다. 본인 앞으로 가입한 생명보험금 수익자를 월드휴먼브리지로 변경하는 유산 기부 방식을 택했다. 종신 생명보험을 통한 유산 기부는 최근 들어 증가하는 유형이다. 단 전화로는 수익자 변경이 어렵다. 보험 계약 당사자와 수익자가 될 단체 담당자가 보험사를 방문하면 신분 확인 절차를 통해 수익자 변경이 완료된다.
홍 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험 일을 하는 지인을 돕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 있었다”며 “자녀가 없는 터라 사망한 후 나오는 보험금이 좋은 일에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저처럼 생명보험을 통해 유산 기부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산 기부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자체로 숭고한 일이다. 개인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절차의 까다로움을 무릅쓴 결과이기에 그렇다. 유산 기부 의사가 있어도 실제 기부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유산 기부 방법을 찾는 일부터 법적 절차를 밟는 것까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유산 기부를 받는 비영리단체 가운데 기부자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곳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월드휴먼브리지도 컨설팅이 특화된 곳이다.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의 월드휴먼브리지 사무실을 찾아 유산 기부를 위한 실제 절차를 알아봤다.
교회나 비영리단체에 유산을 기부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언 공증에 의한 유산 기부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기부 의사와 유언의 효력을 확정할 수 있어 많은 유산 기부가 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증인 2명과 유언 집행자를 지정하면 유언 공증이 진행된다. 현금 부동산 주식 보험 등 모든 유형의 재산을 이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다. 유산 기부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유언 공증에 의한 유산 기부의 첫 번째 절차다. 이후 유언 공증사를 선택하고 유언장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재산목록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공증인이 유언장을 유언 증서에 작성하고 유언자와 증인 2명이 유언 증서에 서명 또는 도장을 찍은 후 인증을 받으면 유언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유언 대용 신탁에 의한 유산 기부 방법도 있다. 생전에 금융회사와 자산신탁 계약을 맺어 사망 후 자산의 전부나 일부를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유언 공증의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정 목적으로 기부하거나 유산을 여러 단체에 나누어 기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홍 교수처럼 종신 생명보험에 의한 유산 기부도 가능하다. 절차가 더욱 간단하고 보험료 납부를 통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 최근 이 방법을 통한 유산 기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을 통한 유산 기부도 가능하다.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 계산을 위한 감정평가는 물론 등기 이전 등도 필요하다. 때문에 다른 유형의 유산 기부보다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기부하고자 하는 부동산이 기부받을 단체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면 용도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때 건축법 도시계획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노후화된 건축물이나 도로, 철도 등과 인접한 부동산, 문화재로 지정된 부동산이나 군사시설로 사용되는 부동산은 기부받은 단체가 유지 관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유산 기부의 핵심은 자산을 사후에도 소유자의 의지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박지인 월드휴먼브리지 특별후원팀장은 “사후 나의 자산이 어떻게 이동하느냐로 접근하면 도움이 된다”며 “차근차근 자산을 이동시키는 것이 유산 기부임을 알게 된다”고 표현했다. 이어 “절차를 확실하게 밟지 않으면 기부자의 의지대로 자산을 사용할 수 없다”며 “월드휴먼브리지에서는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잘 지키기 위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드휴먼브리지의 특별후원자그룹 브리지소사이어티는 기부자의 뜻을 기리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의 하나다. 브리지소사이어티는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22년 출범했다. 고인의 유산 또는 조의금 등을 기부한 가족 또는 지인, 생전에 남겨질 유산을 정리하며 기부한 이들에게 브리지소사이어티 레거시 클럽의 자격을 부여한다.
브리지소사이어티 회원에게는 가입을 축하하는 위촉식이 진행된다. 선한 영향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모임과 각종 나눔 행사에 대한 초청권이 부여된다. 현재 월드휴먼브리지는 ‘그리스도인의 자선 실천’ ‘노년의 역동적인 삶’ ‘가정의 화목’이라는 3대 방향에 따라 기부자의 요구와 공익적 목적의 조화를 이루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브리지소사이어티 회원의 장례가 발생하면 후원자의 얼굴과 나눔 철학이 들어간 배너를 제공한다.
성남=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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