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 빈칸처럼 남겨둔 대표유적 다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도 겸하는 답사기입니다.”
유홍준(74) 명지대 석좌교수는 새로 출간한 『국토박물관 순례』(창비)를 이렇게 소개했다. 첫 1·2권이 한꺼번에 나온 이 책은 1권의 경기도 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과 부산 영도 패총 등 신석기 유적부터 시대순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시리즈다. 앞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하 답사기)에서 다루지 않은 곳들이 중심이다.
21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답사기에 어떻게 마침표를 찍느냐가 제 과제인데, 빠지면 안 되는 곳을 지역이 아니라 시대로 찾아가는 것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마치 쓰려고 빈칸으로 놔둔 것처럼 각 시대 대표적 유적들이 남아있더라”고 덧붙였다. 책 제목의 ‘국토박물관’은 그가 1993년 답사기 1권 서문에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썼던 대목과도 겹친다.
책에는 각 유적·유물 자체의 의미는 물론 발굴 전후의 이야기, 최근의 재발굴 성과 등을 함께 담았다. 예컨대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1978년 당시 미군 상병 그레그 보엔이 한국인 연인과 한탄강 주변으로 데이트를 나갔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한 과정과 그 놀라운 의미, 그리고 훗날 부부가 된 두 사람이 2005년 연천군의 초청으로 내한한 얘기까지 전한다. 보엔은 마침 입대 전 미국의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학생이었고, 국내외 이름난 고고학 전문가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발견을 널리 알렸다.
또 반구대 암각화 얘기에선 작살과 목선으로 고래잡이를 하는 인도네시아의 부족을 소개하는 등 유적과 유물마다 다양한 곁가지가 풍부하게 흘러나온다. 유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각 시대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권에서 백제·신라·비화가야를 다룬 데 이어, 3권은 가야·발해·통일신라, 4권은 고려·조선·근현대를 다룰 계획이다. 유 교수는 근현대와 관련해 “제가 10년쯤 살았던 대구의 근대 이야기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5권에 대해서는 “마지막은 섬 얘기, 그 중에도 독도 얘기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출간된 답사기의 국내 편은 모두 12권. 유 교수는 여기에 5권쯤의 『국토박물관 순례』를 더해 전체 17권 정도로 답사기를 마무리할 뜻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 나도 나이 팔십이 될 텐데, 그 전에 기운 있을 때 충실히 쓰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답사기 시리즈가 30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진화”라며 “연속극 늘어나듯 늘어난 게 아니라 북한 문화유적 답사 등 몇 차례 진화의 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토박물관 순례』역시 “답사기의 진화”라고 했다. 1권에 실린 고구려 유적 관련 내용은 2000년 중앙일보가 당시 창간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압록·두만강 대탐사단’의 일원으로 만주를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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