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서 현역 의원 페널티 강화…혁신계 "학살 의도로 의심"
친명 원외 정치인 '저격 출마' 악용 우려 제기돼
비판 의식한 듯 후보 경력에 '이재명' 못 쓰도록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항목에서 하위 평가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 약화'가 주목적이지만, 당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의 '저격 출마'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총선기획단 간사를 맡고 있는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과 장윤미 기획단 대변인은 21일 기획단 3차 비공개 회의 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항을 밝혔다. 장 대변인은 "현역의원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차원에서 논의된 방안"이라며 "현재 하위 20%가 대상인 감산 범위는 유지하나 감산 비율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현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 결과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20%는 경선 시 얻은 득표수의 20%를 감산하도록 돼 있다. 장 대변인은 "현재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대상으로 하는 감산 범위는 유지하지만, 감산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위 10% 미만에 대해서는 감산 비율을 30%로 강화한다"며 "(기획단에서) 여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페널티 강화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한 위원장은 "원점에서 새로 논의했다고 보면 된다"며 "혁신안에 제시된 구체적인 퍼센티지(비율)는 검토하지 않았다. 무엇이 적합할지 치열하게 토의 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일축했다.
그간 혁신계(비명계)는 기획단의 현역 페널티 강화 움직임을 '공천 학살'의 밑그림으로 해석해왔다. 친명계를 표방하는 정치 신인들이 대체로 비명계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다. 원외 친명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의원 50% 물갈이를 요구한 바 있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약화하고 정치 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이지만, 다선 의원이 많은 혁신계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공천 룰은 총선 1년 전 확정이 원칙인데 그걸 또 바꾸는 건 그 원칙을 깬 것"이라며 "그러니 의도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탈당을 시사한 혁신계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혁신위가 대전 카이스트에서 주최한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당 공천제도와 관련해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장난질할 공간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완전 개방된 프라이머리로 공천을 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며 "민주당도 말하기를 시스템 공천이 돼 있다고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이 끝나고 다른 지역을 보니까 엉망진창인 곳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장난질'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 수 있다"며 강성 당원의 행동과 권리당원 온라인 여론조사 표본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혁신계 의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자기 사람을 꽂는 정치는 다 심판을 받았다"면서 "생각이 달라 싸워서 몰아낸다면 민주주의를 뭐 하러 하느냐. 그냥 전쟁을 하면 된다"고도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기획단은 이날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경력에 이재명 대표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내용의 '대표 경력 허용 기준 지침'을 의결했다.
예비후보자들이 경선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쓸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다만 명함에는 '이재명 대표' 등 특정인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장 대변인은 "명함은 선관위 영역이라 허용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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