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수요조사 발표에 의료계 반발…"총파업 불사"(종합)

이명환 2023. 11. 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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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부 수요조사, 졸속·부실·불공정"
광역시도의사회장협 "정부 막무가내 시 파업 포함 강력투쟁"
젊은의사협의체 "의대정원 확대, 잘못된 치료법"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파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의협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의협은 이번 수요조사가 과학적 근거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해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을 담은 정부의 이번 수요조사를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로 규정한다"면서 "비과학적 조사 결과를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요조사 결과에 객관성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의협은 "정부의 수요조사는 과학적 분석은 온데간데없고, 대학과 병원이 원하는 만큼, 지역의 정치인과 지자체가 바라는 만큼이 의대정원의 적정 수치가 됐다"면서 "과학적 근거가 없고 준비되지 않은 의대정원 확대는 2018년의 실패한 서남대 의대와 같은 사례만 난립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수·지역의료 대책 마련이 의대 정원 증원보다 우선이라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고민하는 의대정원 정책이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며 "정치적 외압이나 여론에 굴복하지 말고 진정으로 피수·지역의료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협상 당사자인 의협을 배제한 정부의 편파적 수요조사와 독단적 결과 발표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면서 "2020년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 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의협은 파업 돌입 기준과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한국의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여러 우려와 많은 문제점을 말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오늘 수요조사를 근거로 일방적으로 정책을 진행한다면 파업을 통한 강력한 투쟁을 회원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대 증원 규모 확정을 위한 과학적인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에서 현재 적정 의료 인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다음 주 중 자료가 나올 예정"이라면서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만 사용하고 외부에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도 "의대 증원을 요구하는 측에서 (증원 규모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맞다"면서 "의대 수요는 프리미엄이 씌워진 투기수요며, 입시계와 사교육계가 요동치고 있는 부분이 이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82.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보건의료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몇 명을 늘리든 필수의료나 지역의료로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필수·지역의료 붕괴 문제의 대책 마련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여론몰이'라고 깎아내렸다. 협의회는 "신중하고도 과학적으로 진행돼야 할 수요조사는 정치적으로 변질돼버렸고, 조사된 의대정원의 수치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투전판이 됐다"면서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한 채 여러 이해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굴복해 비겁한 여론몰이를 시작한 정부를 지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이어 "전문가와 상의 없는 이러한 비상식적 막무가내의 일방통행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수 없으며 14만 의사들의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젊은의사협의체 역시 입장문을 내고 강력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젊은의사협의체는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협의체는 "의대 정원 확대를 '잘못된 치료법'이라고 규정하며 "필수·지역의료 붕괴라는 '질병'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오진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하면 우리 젊은의사협의체는 의협과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오후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2주간 전국 의과대학에 2025~2030년 연도별 입시의 의대 정원 희망 규모를 물었다.

조사 결과, 전국 40곳의 의대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첫해인 2025년도 증원 수요로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을 적어냈다. 6년 연속 증원이 된 2030년도에는 증원 희망 규모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에 달했다. 이는 현재 의대 정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현재 교원, 시설 등 교육역량으로 증원 가능한 규모고, 최대 수요는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했을 때 의대들이 수용 가능한 규모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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